프란치스코 교황 "로힝야 난민 만났을 때 울었다"
"미얀마서 '로힝야' 직접 언급 안했으나, 메시지 충분히 전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글라데시에서 로힝야 난민들을 만나 그들의 역경을 들을 때 울었다고 고백했다.
또, 미얀마에서 공식적으로 '로힝야'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 만약 로힝야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했다면 오히려 반발을 불러 자신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일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순방 후 로마로 돌아오는 귀국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이 방글라데시에서 로힝야 난민들을 만난 소감을 묻자 "행사를 조직한 사람들이 로힝야족과 인사를 나눈 후 그들을 쫓아내려는 듯 보여 어느 순간 화가 났다"며 그들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이크를 요청해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그 순간 나는 울었다. 하지만 이를 나타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그들 역시 울었다"고 밝혔다.
교황은 지난 1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로힝야 난민 16명을 만나 한 명씩 손을 잡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고, 이들이 입은 상처와 세계의 무관심에 대해 용서를 구한 바 있다.
교황은 당시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오늘날 하느님의 현존은 또한 '로힝야'라고 불린다. 여러분을 박해하고 상처 준 이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한다"고 말해 지난달 27일 아시아 순방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로힝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교황은 앞서 나흘간 미얀마 방문 기간에는 한 번도 드러내놓고 '로힝야'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불교국가인 미얀마가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을 자신들의 소수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민자란 뜻을 담아 '벵갈리'라고 부르는 것을 의식, 정치적인 논란을 피하고 미얀마 내 가톨릭 신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교황은 이날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로힝야'를 언급했다면)그들의 면전에서 문을 쾅 닫는 일이 돼 메시지에 아예 귀가 기울여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교황은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라는) 진실을 흥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사적인 자리에서 로힝야족이 처한 박해와 미얀마 측의 탄압에 대해 좀 더 솔직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는 인권과 관련된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미얀마 문민정부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민 아웅 흘라잉 군최고사령관과의 개별 면담에서 자신의 메시지가 잘 수용된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또 로힝야족을 겨냥한 미얀마 군부의 인종청소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수치 자문역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수십 년간의 군부 독재를 끝내고 정치적 과도기에 있는 나라에서 무엇이 가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이런 나라에서는 '2보 전진 후 1보 후퇴'가 일반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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