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문가 "북핵위협으로 미일동맹 한국방어 역할 제한될수 있어"
미치시타 나루시게 日 GRIPS 교수, 국내 언론과 간담회서 주장
(도쿄=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할수록 한국 방어를 위한 미일동맹의 역할이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일본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가 제기했다.
일본 국립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의 미치시타 나루시게 교수는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을 발사한 지난달 29일 도쿄 GRIPS를 찾은 한국 취재진과 한 간담회에서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를 거론하며 "북한이 미국을 ICBM으로 위협할 경우 미국인이 희생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일본의 안보 위기도 없지 않다"며 "미일동맹의 한국 방어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지만, 미일동맹의 틀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발진 기지인 주일미군 기지를 유지·방어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방어에 관여하고 있다는 게 미치시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한미일)는 북한에 압력을 가해 북한이 굴복하기를 기대하지만, 북한은 핵·미사일 기술 진전으로 우리가 굴복하기를 기대한다"며 "어느 쪽이 먼저 손을 드느냐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1차 북핵 위기 때인) 1994년에는 우리가 먼저 손을 들었다"며 "(이번에도) 결국 우리가 굴복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언젠가는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대화를 할 경우) 사실상 비확산을 목표로 하되 형식상으로는 장기적인 비핵화를 목표로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의 의사를 무시하고 선제타격하면 북한은 한국에 보복하고 한미동맹은 끝장날 텐데 한미동맹을 희생하면서까지 선제타격을 할 것인가"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화성-15형을 발사한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에 관해 미치시타 교수는 "핵무력은 완성할 수 없고 한이 없는 것"이라며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것은 매우 정치적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일본이 2015년 안보관련법 제·개정으로 북한 주변 해역에서 기뢰제거 작전을 할 수 있게 돼 한국의 동의나 승인 없이 북한 주변 해역에 진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시에는 복잡한 얘기를 아무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일은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 주변 해역에 진입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인정하되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한국 정부에 (동의나 승인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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