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의 '운명' 독일·멕시코·스웨덴과 월드컵에선?
세 팀과 차례로 대결했던 올림픽팀 감독 시절 '데자뷔'
당시 2승 1무로 압도…차원 다른 월드컵 결과에 관심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독일보다는 폴란드가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독일, 멕시코와 한 조에 묶이면서 '이게 내 운명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2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 결과,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들어있는 F조에 한국이 묶이자 갑자기 '운명론'을 언급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으로 이 팀들과 맞붙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신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다툴 이들 세 팀과 지난해 브라질에서 올림픽팀 간 대결을 펼쳤다.
스웨덴과는 올림픽 직전 최종 모의고사를 겸한 평가전에서 맞붙었고, 독일, 멕시코와는 조별리그에서 격돌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들 세 팀을 상대로 한 신태용 감독이 받은 성적표는 2승 1무로 대성공이었다.
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대표팀은 올림픽 개막을 앞둔 작년 7월 3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렀다.
현재 A대표팀 월드컵 최종 엔트리 후보인 공격수 후보인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최전방에 섰고, 미드필더 권창훈(디종), 장현수(FC도쿄)도 선발 멤버로 출격했다.
한국은 문창진(강원)의 멀티골과 류승우(제주)의 득점에 힘입어 스웨덴을 3-2로 꺾었다. 올림픽 본선 경기를 앞둔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리우 올림픽 본선에서도 신태용호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1차전에서 최약체 피지를 상대로 8-0 대승을 낚은 신태용호는 2차전에서 최강 독일과 만났고, 공방 끝에 3-3으로 비겼다. 황희찬과 손흥민(트트넘), 석현준(트루아)이 골 맛을 봤다.
손흥민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활약할 한국의 핵심 공격수로 주목을 받고 있고, 최근 프랑스 리그앙에서 3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던 석현준도 월드컵 출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황희찬 역시 러시아에서 득점포 가동이 기대되는 골잡이다.
마지막 3차전 상대는 멕시코였다.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와 맞대결에서 후반 32분에 터진 권창훈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2승 1무로 조 1위를 차지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신태용호가 독일과 멕시코를 올림픽 8강 진출의 제물로 삼은 셈이다.
리우 올림픽 이후 1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올림픽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손흥민과 황희찬, 권창훈, 장현수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신태용호의 주축 멤버다.
리우 올림픽의 기분 좋은 기억을 갖고 내년 6월 러시아에 가는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과 월드컵은 차원이 다른 무대다.
'전차군단' 독일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에 이어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회 2연패이자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노린다.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는 10전 전승으로 C조 1위를 차지했다.
북유럽의 복병 스웨덴도 유럽 예선에서 프랑스에 조 1위를 내줬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전통 강호 이탈리아를 따돌리고 러시아행 티켓을 따냈다. 한국과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서도 2승 2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멕시코 역시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6승 3무 1패를 기록하며 1위로 본선에 올랐다. 한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양발 사이에 공을 끼우고 '개구리 점프'로 수비진을 괴롭힌 콰우테목 블랑코를 앞세운 멕시코에 1-3으로 패한 기억이 있다.
한국으로선 독일과 스웨덴, 멕시코 모두 월드컵 무대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인 셈이다.
리우 올림픽 때 이들 조별리그 상대 팀에 기분 좋은 경험을 했던 신태용 감독과 손흥민, 황희찬, 권창훈 등이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새로운 기적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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