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검사 하루만에 멈춘 아파트 엘리베이터…불안한 주민들
석달 보름 전에는 관리소장이 40대 여성주민 구조 지연시켜 실신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부산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정밀점검 하루 만에 주민과 유아가 갇히는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일 부산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50분께 A 아파트 11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던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갑자기 멈췄다.
생후 30개월이 조금 넘은 아들과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주민 B(34·여) 씨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몇 번 흔들리더니 갑자기 멈췄고 출입문이 한 뼘가량 열린 채 꼼짝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마침 단지 내에 있던 엘리베이터 관리업체 직원이 B 씨의 신고를 접수한 관리사무소 측의 요청으로 현장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B 씨 모자를 구조했다.
B 씨 모자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지 10분이 안 돼 구조됐다. 현장에는 119구조대도 도착했다.
해당 엘리베이터는 갇힘 사고 하루 전인 28일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실시된 정밀점검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 측과 엘리베이터 관리업체는 갇힘 사고 직후 해당 엘리베이터 운행을 30분가량 멈추고 점검에 나섰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다만 외부 전압에 이상이 생기면 일시적으로 엘리베이터를 멈추게 하는 엘리베이터 내부의 과전압 계전기(OVR)가 작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리업체 관계자는 "외부적인 과전압 문제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고 관리사무소에 알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에 따르면 당일 오전 해당 아파트로 공급된 전력의 전압변화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정밀검사 하루 만에 엘리베이터가 멈춰 주민이 갇히고 구체적인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리사무소 측은 사고 원인이나 향후 계획에 대한 설명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리소장 C(47) 씨는 "최근 실시된 엘리베이터 점검은 내년부터 엘리베이터 관리를 맡게 된 다른 관리업체가 인수인계 차원에서 실시한 점검이며 실제로는 정밀점검은 아니었다"며 "엘리베이터는 전문적인 분야라 관리사무소가 정확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사소한 사고라도 게시판 등에 공지하고 그 경과를 설명하는 게 관리사무소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석달 보름 전인 올해 8월 16일에도 단지 내 다른 동에서 40대 여성주민이 탄 엘리베이터가 문이 닫히자마자 작동을 멈췄다.
C 씨는 119구조대가 출동했는데도 승강기 파손 등을 우려해 구조를 지연시켰고 40여 분 만에 구조된 주민은 결국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C 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12개동 2천여 가구 규모의 A 아파트는 2013년 상반기에 입주가 시작됐다.
pitbul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