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친목에 쓸 돈이 관제시위에"…구재태 전 경우회장 구속기소
검찰 "무려 37억원이 부당한 용도에…법정친목단체 사유화한 것"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정치활동이 금지된 전·현직 경찰공무원의 친목단체를 사실상 사유화해 수십억원을 빼돌리고 관제시위를 도모한 퇴직 경찰 간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30일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대한민국재향경우회 구재태(75) 전 회장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구 전 회장은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경우회장을 맡으면서 이 단체가 불법 정치활동에 관여하게 하는 동시에 경우회 및 산하 영리기업인 경안흥업 등에 수십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자체 사업 능력이 없는 경우회 산하 영리법인 경안흥업은 현대제철과 대우조선해양 등에서 고철 유통권을 따낸 뒤 곧바로 다른 회사에 재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짜고 그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통행세'를 챙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구 전 회장은 이렇게 모은 돈을 관제시위 등을 조직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경우회는 전·현직 경찰공무원의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설립된 법정단체로, 설립법상 정치활동이 금지됐다.
검찰은 구 전 회장이 2015∼2017년 국회개혁 범국민연합 정치활동을 하면서 관련 비용을 경우회 및 산하 기관에서 횡령한 돈으로 조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우회에서 13억8천만원, 경안흥업에서 6천만원, 관련 기업인 경우AMC에서 2억원 등 총 16억4천만원이 빼돌려져 부당한 정치활동에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비용 중 상당 부분은 집회에 참여한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아르바이트비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부동산투자개발 회사인 경우AMC 설립자금 대여 5억원, 고엽제전우회 기부금 3억7천억원, 불법 선거운동 관련 벌금 및 변호사비 2천만원 등을 구 전 회장이 공금에서 조달한 것은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고 봤다.
경우AMC 설립과 주식 추가매입에 들어간 돈 11억3천만원을 경안흥업과 경우회에서 조달한 것과 관련해서도 업무상 배임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이 밖에도 구 전 회장은 2012년 11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경안흥업이 고철거래 중단 통보를 받자 고엽제전우회 등을 동원해 항의 집회를 열어 계약 연장을 관철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공갈 혐의로 구 전 회장의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구 전 회장의 횡령 및 배임 등으로 회사 및 단체에 손해를 끼친 돈은 총 36억6천만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법정단체인 경우회를 사유화해 개인의 치부 및 정치적 이념 실현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구 전 회장의 범행으로 경우회는 작년 기준 단체 명의 예·적금이 4년 전보다 약 38억원이나 줄어 재정상태가 심각하게 부실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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