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사망 이민호군 유족·대책위, 업체측 고소·고발
"업체 대표 구속 수사…현장실습생 전원 복교 조치해야"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이민호군의 유족과 제주지역 대책위원회가 업체와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했다.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는 30일 오후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업체 대표는 이 군의 죽음과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대표는 즉각 구속 수사해야 하며, 사고 업체 측이 위반한 관련법상 여러 혐의에 대해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업체 대표와 공장장, 안전관리자 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군의 부모와 대책위는 여기에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위반 혐의도 수사해 처벌해달라며 입건된 3명과 업체를 고소·고발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부분은 이 군이 이전에도 두 차례 업무상 재해를 당했지만 업체가 행정관청에 이를 보고하지 않는 등 산업재해를 은폐한 점, 사고 기계 주변에 펜스조차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 미비로 이 군이 사망에 이른 점, 사고 후에도 방호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을 계속한 점 등이다.
근로기준법과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을 위반한 부분은 연소자(만 18세 미만)인 현장실습생들에게 하루 12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근로를 시킨 점, 현장실습표준협약서상의 실습시간을 지키지 않은 점, 야간·휴일근로 제한 위반,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미지급 등이다.
고소·고발 대리인인 이학준 변호사는 "업무상 과실치사는 최고형이 징역 5년이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를 보면 안전조치 문제로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업체 대표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해당 업체 제품 불매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사고 20일 만인 지난 29일 이석문 제주교육감이 공식 사과한 데 대해서도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교육감 평소 지론대로라면 사고 발생 직후부터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을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했어야 한다"며 "진정한 사과가 아닌 지금의 난감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발표 내용을 보면 관리·감독 당사자인 교육청 잘못을 시인하는 부분은 없고 교육청의 책임을 모르쇠하거나 타 기관에 의무를 떠넘겼다"며 "현장실습 학생 전원 복교 조치와 직접면접을 통한 전수조사, 유족과 대책위 등 납득할 만한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이 이행돼야만 사과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 특성화고 졸업반이던 이군은 지난 9일 제주의 한 음료 제조공장에서 산업체 현장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 프레스에 짓눌리는 사고로 크게 다쳐 치료를 받다가 열흘 만인 지난 19일 숨졌다. 이 사고 이후 각계에서는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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