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의 당부 "대표팀, 꼬마 칭찬하듯 격려해줄 때"
"잘못된 건 바로잡고 가야겠지만, 지금은 힘 실어줄 때"
12월 1일 본선 조 추첨에서는 남미 피하는 게 낫다고 분석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영원한 축구인' 차범근(64)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영광의 정점에 선 자리에서조차 한국 축구의 미래를 걱정했다.
차 전 감독은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수상의 기쁨만큼이나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수상 소식을 듣고는 나에게 책임을 묻는 상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정신이 번쩍 났다"는 그의 말에서 속내를 읽을 수 있다.
행사가 끝난 뒤 별도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차 전 감독은 긴 시간을 할애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관해 이야기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여기에 '히딩크 파문'까지 터졌고, 대표팀을 관장하는 대한축구협회는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났다.
차 전 감독은 "물론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가야겠지만, 지금은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은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 축구가 예선을 거치며 많은 팬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감독은 화살을 받았다. 제 경험으로 보면, 감독이 타깃이 돼 흔들리기 시작하면 팀이 자신감을 잃고 헤맨다. 그런 부분이 눈에 보여 굉장히 안타까웠다"고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명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차 감독은 "대표선수라면 다 사명감이 있다. 그거 없이 대표선수를 할 수 없다. 그런 사명감은 가지고 있지만, 분위기에 따라 선수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는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래서 차 감독에게 최근 대표팀의 평가전 2경기에서 선전은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는 "2경기 평가전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변했다. 희망을 줬다"고 호평하고는 "전에는 안남미 흩어지는 듯한 팀이었는데, 전체 선수가 적극적으로 애를 썼다. 공 있는 쪽으로 적극적으로 나가주면서 상대 기회를 저지했다. 긍정적인 면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꼬마들이 놀 때 '잘한다'고 칭찬받으면 더 잘한다. 우리 선수가 부족해도 지금은 기를 살려주려면 격려가 필요하다. 그러면 기대 이상 성적과 경기력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 이제는 우리가 에너지를 한데로 모아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차 전 감독은 후배들을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내 연배보다) 선배님들이 보기에 우리가 정신적으로 조금 빈약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시각에서 후배를 보면 정신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차 전 감독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국시간으로 12월 1일 자정에 열릴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 참가한다.
차 전 감독은 "추첨의 유불리를 이야기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그래도 남미 쪽보다는 유럽 쪽 팀과 (한 조에 편성되는 게) 우리가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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