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건설노조 집회' 불법행위 채증자료 분석…곧 내사 착수(종합)
"집시법·형법 위반 등 법 적용 검토…입건 대상자 추려낼 것"
노조 "교통체증 유발·퇴근길 시민 불편 끼쳐 가슴 깊이 죄송"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의 집회·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와 관련해 경찰이 채증자료 분석을 통해 내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채증자료를 토대로 건설노조의 법률 위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시위에서 발생한 불법행위 채증자료와 현장에서 나온 발언 내용 등을 분석해 입건 대상자를 추려낼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전날 건설노조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조합원 2만 명(경찰추산 1만2천명)이 참여한 가운데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에서 심의 예정이었던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오후 4시 35분께 국회 방향으로 진출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이어 마포대교로 진출을 시도하다 가로막히자 마포대교 남단에서 연좌농성을 벌여 약 1시간가량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이 과정에서 다친 사람도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6명, 의경 9명 등 총 15명이 부상해 4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노조 관계자 1명도 머리 부위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채증자료 분석을 통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형법상 일반교통방해,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와 관련한 법리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난 시위 가담자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신고범위를 완전히 벗어나 고의로 1시간 이상 마포대교 양방향을 점거하고 교통 흐름을 방해해 집회 주최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서울 여의2교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건설노조 간부 2명도 수사할 방침이다.
건설노조 이영철 수석부위원장과 정양욱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은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요구하며 11일부터 여의2교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 28일 오후 농성을 해제하고 지상에 내려왔다. 경찰은 이들을 현행범 체포한 뒤 일단 병원으로 이송했다. 광고탑 운영업체는 이들 2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고공 농성자들이 일단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며 "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면서 조사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노조 관계자는 전날 집회가 불법 폭력 집회로 변질한 데 대해 "국회 방향으로 진출이 가로막히자 충동적·우발적으로 마포대교 방향으로 진출을 시도한 것"이라며 "지도부에서 이를 사전에 계획하거나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건설노조는 퇴근길 마포대교 점거로 시민 불편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퇴근길 통행에 불편을 끼쳐 가슴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 시민 불편으로 인한 채찍질,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이들은 "노조의 투쟁은 개인의 안위가 아닌 사회 전체를 위한 투쟁이었음을 상기하고 의의가 올곧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건설노동자들이 왜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지에 대해서도 살펴 주시길 바란다"며 거듭 호소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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