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언론, 北미사일 발사에 신속대응…아베 "폭거 용인안돼"(종합2보)
日 "北 발사 ICBM급 53분간 1천㎞ 비행…사거리 역대 최장"
NSC 새벽 소집했으나 대국민 속보는 가동안해…언론, 속보·호외발행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김병규 특파원 = 29일 새벽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일본 정부는 해당 미사일이 낙하하기도 전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새벽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했는 가하면 일본 언론매체들은 비슷한 시간대에 속보를 전하고 호외를 발행하는 등 신속 대응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새벽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오전 3시 18분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1발이 동해 상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 행위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할 것"이라며 "납치, 핵, 미사일이라는 문제 해결 없이 북한에 밝은 미래는 없다"고 비판했다.
스가 장관이 기자회견을 한 것은 미사일이 발사된 시각(일본 정부 발표 기준 오전 3시18분)에서 불과 44분 지난 오전 4시2분으로, 미사일이 낙하한 4시11분보다도 9분 이른 시점이었다.
이후 오전 5시께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이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을 했고 미사일이 발사된지 2시간 52분 후인 오전 6시10분께 NSC가 소집됐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기자들에게 "북한 미사일이 발사 뒤 53분간 비상해 오전 4시11분께 아오모리(靑森)현 서쪽 방향 250㎞ 지점의 일본 EEZ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사된 미사일은 ICBM급으로, 로프티드(lofted·고각) 궤도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사일은 4천㎞를 훨씬 넘는 역대 최고 고도에 도달했으며 수평 방향으로는 960㎞를 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탄도 미사일이 다단식의 미사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단식 미사일은 여러개의 엔진으로 본체를 떨어트리면서 비행하는 방식이다. 그는 "미사일이 북한의 평성 부근에서 발사된 것은 다양한 장소에서 발사하는 실험을 행하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파괴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이나 엠넷(긴급정보네트워크시스템)으로 대국민 속보를 전달하지도 않았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미사일이 일본 영토·영해에 떨어지거나 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NSC에 참석하기 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평화적 해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를 짓밟고 폭거를 행한 것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한에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떠한 도발 행위에도 굴하지 않고 압력을 최대한 높여갈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단결해 (대북)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향후 국제사회에 강경 대응 목소리를 더 높일 계획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이번 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도발 행위를 자제할 의도가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 소재 일본대사관 루트를 통해 북한에 가장 강한 어조로 항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가 장관도 NSC 후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추가적인 제재 강화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매체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속보를 잇따라 보내고 호외(요미우리신문)를 발행하며 관련 소식을 신속히 전했다.
이날자 석간신문들은 1면 머릿기사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다루며 이번 미사일의 사거리가 역대 최장으로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로 둔다는 점을 부각했다.
NHK는 "북한이 두 달 반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며 압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핵·미사일 개발에 한층 박차를 가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지난 8월 시사했던대로 미국령 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지도 않았고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가는 형태로 미사일을 쏘지도 않는 등 도발의 정도를 이전보다 억누르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며 향후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아사히신문도 이런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 발사되지는 않았다며 미국에 의한 선제공격이나 요격을 피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에 굴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jsk@yna.co.kr,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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