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때문에 따뜻합니다"…포항지진 이재민 위한 온정 봇물
전국 각지에서 달려와 아픔 나눠…2만여명 밤낮없이 자원봉사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경북 포항이 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이재민을 가족처럼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으로 넘쳐나고 있다.
지진 이후 갈 곳 없는 이재민에게 잘 곳을 선뜻 내주고 멀리서 달려와 아픔을 함께 나누는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영혜(79) 할머니는 포항에서 지진피해가 심각하고 많은 이재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23일 김밥 50개를 만들어 달려와 김밥을 나눠준 뒤 자원봉사센터에 100만원을 전달했다.
김 할머니는 "이재민이 하루빨리 피해를 극복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기를 기원한다"는 말을 남기고 심야버스를 타고 광주로 돌아갔다. 김 할머니는 세월호 참사 때도 유가족이 있는 팽목항을 찾아 봉사 활동을 했다.
포항 흥해읍에 사는 정순영(57)씨는 지진 발생 이후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이재민이 모여있는 흥해체육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다행히 살던 집이 별다른 피해가 없어 이웃을 돕는 일을 하다가 지난 25일 알게 된 서울과 충북에서 온 20대 자원봉사자 2명이 잘 곳이 마땅치 않자 흔쾌히 숙박하도록 했다.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김종순(51), 정유정(22) 모녀도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체육관 대피소를 찾아 식사를 나눠주고 설거지를 하며 이재민과 아픔을 나눴다.
포항 북구 주민 최용섭씨 가족은 자기 아파트도 외벽이 떨어지는 등 피해를 봤으나 더 어려운 이재민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 20만원을 전달해 훈훈함을 더했다.
아픔을 나누는 데는 어린 동심들도 빠지지 않았다.
포항 영신고 3학년 편승호 학생은 수능시험을 앞두고도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대피소에서 봉사하다 23일 수능을 치른 뒤 25일부터 아침 일찍 대피소에 나와 봉사하고 있다.
포항에 사는 안은채(한동 글로벌학교 6년)양과 성지우(제철지곡초 3년)군은 지난 24일 흥해체육관 등 대피소 3곳을 돌며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이재민을 위해 그동안 갈고닦은 솜씨로 플루트 선율을 선사했다.
안동 길주중 3학년 9반 학생들은 지각하면 벌금으로 내는 간식비를 모은 25만8천원을 보내왔고 포항 대이초교 2학년 1반 '삼총사'도 자기들 전 재산인 용돈 3만원을 아낌없이 내놨다.
영주시 단산면에 사는 송시윤(5) 어린이는 지난 24일 동생들과 엄마·아빠에게서 용돈을 받아 모은 14만원과 고사리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우편으로 보내왔다.
"아빠 등 밟아드리고 착한 일 해서 동생들하고 모은 용돈을 드립니다. 힘내세요. 시윤, 사랑, 수현, 수혁 올림"이라고 직접 쓴 글씨와 다정한 4남매 모습, 사랑의 하트 모양을 그려 보는 이의 마음을 찡하게 했다.
포항에는 지진 발생 14일째인 28일까지 전국에서 2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대피소 12곳에서 이재민과 아픔을 나누고 용기를 주고 있다. 성금도 현재 200억원이 넘게 들어왔다.
sh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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