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늙지마시라" 이산아픔 담은 北시인 친필시 전시
통일부, 오두산 통일전망대서 '이산가족 기록물 전시회'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늙지 마시라/ 더 늙지 마시라, 어머니여/ 세월아, 가지 말라/ 통일되여/ 우리 만나는 그날까지라도"
분단 후 만나지 못한 남쪽의 어머니를 그리며 북한 오영재 시인이 생전에 쓴 시 '늙지 마시라'의 친필 원고가 전시된다.
통일부는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오 시인의 친필시를 포함해 '이산가족 기록물 전시회'를 연다고 28일 밝혔다.
노트에 또박또박 적어 내려간 이 시는 오 시인이 1990년 무렵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인의 어머니는 1995년 아들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2000년 서울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 당시 오 시인이 남쪽 형제들을 만나면서 시가 유명해졌다.
이번 친필 원고는 동생 오형재(79) 씨가 상봉행사 때 오 시인에게 받아 보관해오다 전시회에 내놨다.
오 시인은 16세에 의용군으로 북에 건너간 후 북한 최고의 영예인 김일성상 계관시인으로 활동하다가 2011년 사망했다.
전시회에서는 이산가족 박형식(79) 씨가 피난 당시 입었다는 상의도 볼 수 있다.
이 옷은 북한의 어머니와 누이가 직접 떠준 것으로, 박 씨는 피난시절 내내 이 옷을 입었다가 소중히 보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남쪽 가족이 북한의 가족과 교환한 편지, 상봉 행사 때 교환한 선물 등 이산가족 기록물 12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회는 내년 2월 말까지 3개월간 열린다. 29일 열리는 개막식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기록물 기증자와 인근 지역 이산가족 등 150여명이 참석한다.
통일부는 이산가족 역사 보존을 위해 지난 4월부터 관련 기록물을 수집해왔다. 이산가족과 정부 기관, 관련 단체 등의 기증으로 지금까지 1만여점이 모였고 이 중 일부가 이번에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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