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인 태극전사, 목표는 하나…'러시아 갈 경쟁력 보여라'
유럽파 없는 축구대표팀, 마지막 실전 기회에 '묘한 긴장감'
(울산=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바라보는 곳은 오직 하나. 러시아다.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앞두고 울산에서 담금질 중인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축구 대표팀, 그중에서도 특히 미드필더와 공격진에서는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기존의 주축을 이룬다.
공격의 핵심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기성용(스완지시티), 권창훈(디종),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은 고정 멤버로 꼽힌다.
여기에 부상으로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가 부활을 알린 황희찬(잘츠부르크), 프랑스에서 최근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는 석현준(트루아)도 러시아행 후보로 강력한 존재감을 보인다.
신 감독은 27일 첫 훈련을 지휘하면서 조만간 유럽으로 건너가 두 선수를 직접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혀 또 다른 경쟁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파 없이 울산에 모인 선수들 사이에선 웃음 속에서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신 감독 체제 대표팀에서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김신욱(전북)이나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시험대에 오른 진성욱(제주), 모처럼 발탁된 윤일록(서울) 등은 사실상 이번 훈련과 대회를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하는 처지다.
196㎝의 장신이 장점이면서도 신 감독의 전술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신욱은 첫 훈련에 나서면서 "저는 저만의 옵션과 색깔이 있다. 그걸 이번에 잘 보여드리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그는 "손흥민과 브라질 월드컵 이후에 선발로 많이 맞춰보진 못했지만, 서로 호흡을 많이 맞춰봐서 큰 문제가 없다"면서 대표팀 경기력의 관건인 손흥민의 파트너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내년 35세인 염기훈(수원)에겐 '나이 지우기'가 최대 과제다. K리그에서 도움 1위를 달릴 때도, 매 경기 공격 포인트를 쌓을 때도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터다.
그는 언론 앞에 나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이에 상관없이 뽑아주신다는 신태용 감독님의 한 마디가 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며 기량과 의지가 후배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부상으로 경기를 소화하기 어려운 중앙 수비수 김민재(전북)까지 명단에 포함하면서 사실상 월드컵 본선 멤버에 가까운 구성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 수비진에선 주전 경쟁이 화두다.
같은 포지션의 다른 선수보다 나은 면을 보여야 '꿈의 무대'인 월드컵에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
왼쪽 풀백 자리를 두고 김민우(수원)와 경쟁하는 김진수(전북)는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저와 민우 형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저 역시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공격이나 수비 모든 부분에서 다 잘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콜롬비아, 세르비아전 멤버가 다수 포함된 것을 보고 감독님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이번 훈련과 대회가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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