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셀카는 그만"…해외 자원봉사자들에게 주는 조언
美공영라디오 NPR, '셀카 가이드라인' 캠페인 소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힘들게 아프리카에 도착해 나무 그늘에 앉아있는 현지 꼬마를 만난 여행자. 초콜릿을 한 손에 들고선 아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나의 용감한 천사'란 문구와 '아프리카에 식량을'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일지 모른다.
개발도상국과 빈곤국을 방문하는 '열정' 넘치는 여행자와 자원봉사자들은 현지에서 겪은 모든 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한다. 현지 어린이들과 거리낌없이 '셀카'를 찍어 가족, 친구와 공유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런 포스팅은 뜻밖의 의도를 만들어낸다.
구체적인 맥락은 사라진 채, 촬영자가 임의로 단순화한 해시태그와 설명이 붙으면서부터는 사진 속 대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착화하고 그의 사생활과 존엄성을 침해할 수 있다.
셀카(셀피)도 마찬가지다. 서구의 원조와 자선만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는 생각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들은 무기력하고 가여운 존재, 자원봉사자들은 비극에서 이 아이들을 구해줄 '수퍼 히어로'로 비칠 위험이 있다.
26일(현지시간) 미 공영 라디오 방송 NPR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국제지원 펀드 '사이'(SAIH)는 인스타그램 패러디 계정 '바비 세이비어'(Barbie savior)와 함께 개발원조 분야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최근 '라디-에이드'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비 세이비어는 우간다에서 7년간 개발 자문위원으로 일한 에밀리 워럴이 2016년부터 공동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소셜미디어 속의 '백인 구원자' 이미지에 염증을 느껴 계정을 만들었다는 그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17살 때 우간다로 자원봉사를 다녀온 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칭찬이 쏟아졌다. 당시에 아이들의 사생활이나 상처는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할 때 피해야 하는 사진 유형을 찍어 온라인에 공유하고 있다.
무조건 포스팅을 피하라는 것은 아니다. 라디-에이드 프로젝트는 여행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사진을 포스팅할 때 10가지를 체크해보라고 권했다.
▲ 자신의 포스팅 의도가 무엇인지 질문해보라. 단지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는 아닌지. ▲ 사진 대상이나 가족에게 동의를 구하라. ▲ 사진 속 인물의 이름과 배경을 알아둬라. ▲ 사진을 한 장 더 인화해 주겠다고 제안해봐라. ▲ 일반화를 피하라 ▲ 문화차이와 전통을 존중하라. ▲ 상대를 똑같은 방식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라. ▲ 병원과 같은 민감한 장소와 상황은 피하라. ▲ 자신을 영웅처럼 묘사하지 마라. ▲ 고정관념을 허물어라.
현지에서 한 가족과 함께 지내며 사진 찍을 기회를 얻었다면 이는 오히려 고정관념과 싸울 기회가 된다. 그들의 이름과 사는 곳, 개인적인 이야기 등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은 설명과 함께라면 구체적인 맥락을 가진 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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