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양함대' 회복 야망에 赤신호…군계획 대폭 수정
핵 추진 '슈퍼 항모'ㆍ구축함 건조 '포기'…잠수함ㆍ호위함으로 선회
내년부터 10년간 추진할 新 무장계획에 포함, 미사일전력도 중점 확충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배수량 10만t 규모의 핵 추진 항공모함 등 대형 함정 건조를 통해 옛 소련 시절처럼 대양해군 지위를 회복하려던 러시아 해군의 계획이 대형 암초에 부딪혔다.
러시아 정부가 '거함'(巨艦) 건조 대신 주축인 잠수함과 중소형 호위함 분야의 성능개량 쪽으로 향후 해군 육성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미 군사 전문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TNI)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내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10년 동안 추진할 신(新) 군 무장계획 (SDA_2027)에 니미츠급 등 미 해군의 '슈퍼 항모'에 필적하는 핵 추진 대형 항모 건조 계획을 포함하지 않았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용 함대공 미사일과 극초음 미사일(3M22 '지르콘') 등 200기 이상의 최신예 미사일을 탑재해 '바다의 무기고'로 기대를 모은 1만2천t 규모의 리더급 핵 구축함 건조 계획도 제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연말에 승인할 이 계획은 대신 순항미사일 탑재 야센급 핵잠수함 건조를 계속하고 호위함 등 중소형 함정의 미사일 화력 증강 추진 내용을 담고 있다고 TNI는 전했다.
드미트리 고렌버그 미 해군분석센터(CNA) 선임연구원은 "신(新) 무장계획에는 6∼7척의 야센급 핵잠수함(배수량 1만 3천500t) 건조와 4∼6척의 오스카급(배수량 1만2천500t)과 아쿨라급(배수량 1만2천700t) 공격형 핵잠수함의 현대화작업에 필요한 예산 승인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렌버그 연구원은 이어 "잠정적으로 '허스키'(Husky)급으로 명명된 5세대 공격형 핵잠수함 건조도 2020년 중반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디젤 잠수함 분야에서도 신형 '칼리나'(Kakina)급에 장착할 공기불요체계(AIP) 개발에 집중하고, 라다급과 개량형 킬로급 잠수함도 추가 건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리더급 핵 구축함 대신 P-800 오닉스나 SS-27 칼리브르 대함 미사일을 장착한 고르쉬코프 제독급 호위함(배수량 4천500t)과 그리고로비치급(배수량 3천620t) 호위함을 추가 건조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CNA 소속인 러시아 해군 전문가 마이클 코프먼 선임연구원도 러시아가 예산 투입이 많지만,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리더급 핵 구축함 대신 고르쉬코프 제독급보다 조금 큰 호위함 한 척을 건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렌버그 연구원 역시 "향후 8년 동안 러시아가 건조할 신형 수상함정은 '슈퍼 고르쉬코프'급으로 불리는 8천t급 호위함이 유일할 것"이라며 "이 신형 호위함은 건조비도 리더급보다 훨씬 적은 데다 효율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추진할 또 다른 전력증강 분야는 시리아 내전 등 실전에서 가공할만한 위력을 발휘한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부문이다.
최대 사거리 2천400㎞인 칼리브르는 500㎏의 고폭탄두나 500kt급 핵탄두를 장착하고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은 채 지상, 해상, 수중 표적을 정밀타격이 가능하다.
러시아는 공격형 잠수함과 호위함 등에 칼리브르 미사일 발사대를 추가로 장착, 원거리 정밀타격력을 개선하기로 했다. 고렌버그 연구원은 "칼리브르 미사일로 러시아 해군은 자국 기지 부근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포함한 적의 예상위협에 맞서 대함ㆍ대지 타격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향후 8년 동안 러시아는 거의 모든 신형 수상함정과 잠수함이 칼리브르 미사일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서는 기존 함정의 재정비 작업도 의욕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가장 조용한 최첨단 살인 병기'라는 평가를 받는 야센급 핵잠수함을 8척 건조해 실전 배치할 계획이었으나, 건조비가 최첨단 보레이급보다 배나 많이 드는 바람에 한 척밖에 배치하지 못한 상태다.
리더급 구축함은 옛 소련 시절 건조돼 노후화된 '우달로이' 급과 '소브레메니'급 구축함을 대체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마하 8(시속 9천792㎞, 마하 8) 속도로 최대 400㎞ 내의 표적을 순식간에 타격할 수 있어 현존 미사일 방어체계(MD)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지르콘 미사일을 72기나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h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