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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랑스서 '한지'로 문화재 숨결 되살리는 김민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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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랑스서 '한지'로 문화재 숨결 되살리는 김민중씨

루브르서 문화재복원사로 일하다 국군 유해발굴감식단 군복무

제대 후 파리서 문화재 복원 연구·실무 병행…"한지의 가능성 무궁무진합니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한지를 이용한 문화재 보존복원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일본이나 중국의 전통 종이가 한지를 따라올 수 없어요."

우리의 한지(韓紙)를 이용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에 소장된 주요 문화재의 복원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온 한국인 청년이 있어 화제다.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문화재보존복원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국군 유해발굴감식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온 김민중(31) 씨가 그 주인공이다.

제대한 지 이제 갓 두 달이 된 김 씨는 24일(현지시간) 유럽 최고 박물관으로 꼽히는 루브르에서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을 초청해 문화재 복원 콘퍼런스도 직접 주최했다.

군 복무 전 루브르에서 문화재 복원 전문가로 1년 반가량 일한 것이 인연이 돼 루브르 박물관장과 문화재 복원부서 책임자도 패널로 참석할 정도로 세미나는 성황을 이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약탈문화재인 외규장각 의궤를 프랑스에 발견한 고(故) 박병선 박사(2011년 별세)의 추천으로 한지의 매력을 처음 알게 됐고 이후 문화재 복원이라는 평생 진로를 택했다는 김 씨는 한지를 이용한 문화재 복원의 세계 최고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일본의 화지(和紙)가 문화재 복원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지만 한지의 특성이 훨씬 우수해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단, 중국과 일본이 자국의 전통 종이를 이용한 문화재 복원에 관심을 기울여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 데 비해 한국은 체계적인 지원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

당분간 프랑스 자연사박물관의 박사과정에 들어가 문화재 복원의 이론과 실무를 더욱 갈고 닦을 계획이다.

다음은 김민중 씨와의 문답이다.

-- 어떻게 하다가 프랑스에서 문화재 복원 전문가로 일하게 됐나.

▲ 열네 살에 파리로 유학을 왔다. 프랑스에서 오래 있으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중에 박병선 박사님을 만났다.

당시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로 시끄러울 때였는데 박사님을 옆에서 돕고 삶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박사님이 한지를 연구해보라는 말씀도 주셨다. 어려운 분야라며 말리기도 하셨지만 결국 문화재 보존을 택한 내 결정을 지지해주셨다.

-- 루브르에서 문화재 복원사로 일하다가 갑자기 군에 입대했다.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면 군에 안 갈 수도 있었는데.

▲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으니 군대는 당연히 가야 했다. 후회는 없다. 군에 가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큰 힘이 됐다. 언제나 프랑스에서는 거의 혼자 공부하고 일했는데 한국에서 한국인들 사이에서 일하면서 엄청난 힘을 얻었다.

전공을 살려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근무했다. 발굴한 뼈나 유품 등을 통해 피아 판단을 하고 사망 경위 등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큰 보람을 느꼈다. 조상이 물려준 유산을 잘 보존해서 후세에게 남겨주는 것이 나의 역할임을 군에서 다시 깨달았다.

-- 한지를 문화재 복원에 어떻게 쓰나. 한지의 어떤 특성이 뛰어난가.

▲ 한지는 매우 얇고, 질기고, 가볍다. 이 세 요소가 문화재 복원에 매우 필요하다. 고가구 같은 문화재가 갈라지거나 틈이 벌어지면 본드 등 인공접착제를 쓸 수 없다. 이럴 때 한지가 일종의 접착제로 쓰인다. 한번 붙여지면 반영구적이다. 굉장히 튼튼하다.

회화 작품이 훼손돼도 한지를 덧붙여 복원할 수 있다. 한지의 가능성은 한마디로 무궁무진하다. 문화재 복원에 많이 쓰이는 일본 화지와 비교해도 한지의 특성이 월등히 좋다.

다빈치나 라파엘로의 그림을 복원하는데 한지가 쓰였다고 생각해보라. 문화재는 시간이 갈수록 뜯겨나가기 마련인데 복원을 위해 덧붙여진 한지는 문화재의 일부가 된다.

-- 루브르에서 '한지를 통한 문화재 복원' 세미나를 개최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지가 우수한데 유럽의 전문가들이 잘 모르는 건가.

▲ 문화재 보존·복원이 발달한 프랑스에서도 일본이나 중국 종이는 알아도 한지는 거의 모른다. 문화재 복원가들은 또한 전에 사용해보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문화유산이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인식을 깨려고 노력 중이다.

프랑스엔 루브르나 오르세 등 미술관·박물관이 수천 개다. 대표 박물관에서 한지를 문화재 복원에 사용하면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또 프랑스에서 한지가 쓰이면 전 유럽으로 확산될 수 있다.

-- 한국에서 지원은 없나.

▲ 안타깝게도 거의 없다. 일본이나 중국은 자기 나라의 종이를 연구하는 지원 프로그램이 많다. 우리만 없다. 일본은 화지를 통한 문화재 복원 전문가에게 장학금까지 준다. 일본과 중국은 종이 자체가 문화재 보존의 중요한 화두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 앞으로 계획은.

▲일단 파리자연사박물관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다. 한지를 이용한 문화재 복원이 연구주제이며, 공부와 실무를 병행할 예정이다. 또 루브르 박물관의 보존복원 연구소장인 아리안 들라샤펠 박사가 한지 등 전통 종이를 통해 문화재를 복원하는 10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지를 통한 문화재 복원의 세계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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