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다니다 30대에 연기 시작…여러 가지 모습 보여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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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스크린부터 안방극장까지 요새 '틀면 나오는' 이 남자, 에너지가 참 대단하다.
지난해 영화 '밀정'에서 송강호에게 뺨 맞는 장면으로 대중에 눈도장 찍은 후 올해 '다작의 왕'으로 등극한 배우 허성태(40)를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요새 참 행복하다"고 입을 연 그는 "부모님과 아내에게, 그리고 제가 나오는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에너지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고 쑥스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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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태는 올해 영화 '남한산성', '범죄도시', '부라더', '꾼'과 더불어 드라마 OCN '터널', KBS 2TV '마녀의 법정'까지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조선소에서 오래 근무하다 7년 전 추억으로 남길 겸 참가한 SBS TV 예능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2011)을 계기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요즘이 그저 신기하다고 했다.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워요.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요. 고민이 많아요. 우연히 또 올해 출연한 작품들이 다 흥행했지만, 차기작도 흥행해야 한다는 부담은 전혀 없고요. 작품이란 게 모든 합이 맞아떨어져야 잘 되는 거더라고요."
허성태는 출연한 작품 속 캐릭터들이 대부분 조직폭력배부터 사기꾼, 살인마 등 인상이 강한 역이라 이미지가 굳을까 봐 걱정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신인이라면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어하는데, '터널'의 정호영도 그랬고 제가 운이 좋게 배역을 잘 만났어요. 이미지 고착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악역이라도 개연성이 있고 매력이 있다면 앞으로도 하고 싶어요."
그래도 작품마다 죽는 역할인 것은 좀 아쉽지 않을까. 그는 '밀정'의 하일수를 시작으로 '범죄도시'의 독사, '터널'의 정호영, '마녀의 법정'의 백상호 등으로 여러 번 죽었다.
허성태는 "서운한 건 전혀 없다"며 "오히려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캐릭터들이었기에 관객이나 시청자께서 더 안쓰럽게 봐주신다는 장점이 있다"며 "짧게 나오더라도 임팩트가 있어서 오래 기억되는 캐릭터가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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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로는 '부라더'의 스님처럼 엉뚱하면서도 웃긴 캐릭터를 꼽았다.
"'꾼'에서 만난 (배)성우처럼 얼굴만 봐도 연기하는 것처럼 재밌는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제가 나름 개그 본능이 또 있거든요. 다만 예능 프로그램은 아직 울렁증이 좀 있네요. 개인기도 별로 없고…. (웃음)"
7년의 무명생활 동안 그를 버티게 해준 것은 대학교 때 만나 10년 연애하고 지금은 한집 살이 7년째가 된 아내라고 한다.
"아직 아이는 없어요. 그런데 조카가 5명이나 돼서 육아는 자신 있어요. 조카들이 모두 딸이어서 그런지 아들을 만나고 싶네요. 아내가 제가 무명 시절을 보내는 동안 말없이 저를 기다려주고 많이 도와줬어요. 늘 고맙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그는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한참 남아있다고 했다.
"연기하는 동안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진 배우라는 말을 계속 듣고 싶어요. 그걸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제 남은 인생이 될 것 같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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