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전화 베트남 생산기지, 작업환경 논란 '홍역'
환경단체 "고된 근무에 유산도"…삼성 "모두 근거없는 내용"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베트남 공장이 근로 환경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시민단체가 삼성전자 공장에서 여성 근로자들이 고된 근무에 시달리며 유산도 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고 현지 언론은 이를 주요 기사로 다뤘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보고서 내용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으며 현지 노동계도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에 본부를 둔 국제환경단체 IPEN과 베트남 시민단체 CGFED는 최근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 보고서에서 베트남 북부 박닌 성과 타이응우옌 성에 있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의 작업 여건을 문제 삼았다.
이들 단체는 두 공장의 근로자 45명을 인터뷰한 결과 모두 극도의 피로를 호소했고 작업 중에 기절하거나 어지러움을 느낀 적이 있으며 근시, 다리 부종 등의 문제도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인터뷰 참여자들이 유산은 '매우 일반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근로자는 "우리 중 일부는 2개의 생산라인 끝을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고 일부는 작업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한다"며 "젊은 미혼여성에게는 별일이 아니지만, 임신 3개월의 여성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임신한 노동자도 교대 근무를 해야 하지만 쉬는 시간은 허용됐다"며 "그러나 대부분은 삼성 측에서 너무 많이 쉬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급여를 공제할까 봐 보통 근무시간 내내 서서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인터뷰 근로자들이 삼성전자로부터 근로계약서 사본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일간 뚜오이쩨, 온라인매체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언론은 23일 이런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며 노동보훈사회부가 진위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 객관적 평가 기준이 없는 점을 고려해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정부 측 입장도 전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들 시민단체 보고서는 현장 조사와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으로, 모두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부인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임신한 근로자들에게는 휴식시간을 더 주고 작업장 배치도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며 "개인의 질병과 유산을 근무 여건으로 돌리는 것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또 "모든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서를 줬다"며 "최근 베트남 정부의 근로환경 점검 때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노동총연맹 산하 응우옌 티 번 하 박닌 성 노조위원장은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의 혹사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삼성전자의 근무 환경이 매우 좋아 더 많은 기업이 그렇게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마이 득 찐 베트남노동총연맹 부위원장은 문제의 보고서에 대해 인터뷰 표본 수가 너무 적은 데다가 다른 조사 기준도 없고 삼성전자 공장 외부에서 조사가 이뤄져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휴대전화를 만드는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2곳의 근로자는 지난 4월 기준 약 10만 명으로 이중 여성이 75%를 차지한다. 이들 가운데 4천여 명이 임신부이며 9천300여 명이 출산 휴가 중이다. 지난해 이들 공장의 매출액은 370억 달러(약 40조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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