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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도 간다고?…우주여행, 새로운 대항해 시대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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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도 간다고?…우주여행, 새로운 대항해 시대의 개막

신간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데니스 티토, 마크 셔틀워스, 그렉 올슨, 아누셰흐 안사리, 찰스 시모니, 리처드 개리엇, 기 라리베르테.

이들의 공통점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만큼 모험심 강한 부자라는 것이다.

'부자 몸조심'이라는 말이 이들에겐 통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자비로 우주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이들 7명이 전부다. 인류 최초의 우주관광객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데 든 비용은 2천만~4천만달러(220억~440억원).

그러나 사실 진짜 대단한 건 넘보기 힘든 이들의 재력이 아니다. 뭐 하나 아쉬울 것이 누리기만 해도 될 것처럼 보이는 여생을 걸고 모험을 감행한 두둑한 배짱이다.

신간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한빛비즈 펴냄)은 낭만적이기는커녕 위험천만한 우주여행의 실상을 가감 없이 알려준다.

리얼리티 넘치는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대체 이런 우주여행을 왜 하고 싶어 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했던 닐 코민스 미국 메인대학 물리학·천문학과 교수다.

우주여행 과정에서 여행자가 맞닥뜨리게 될 곤혹스럽고 살벌한 상황들은 대부분 인간에게 최적화된, 아니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상의 생물들이 수백~수천만 년간 최선을 다해 적응해온 환경에서 벗어나는 데서 빚어진다.

우주선의 비행 구간에 따라 여행자는 흔히 '무중력'이라 일컫는 무중량 또는 미소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영화나 TV에서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우주비행사들의 모습을 보면 흥미롭지만 사실 무중량 상태는 인간의 몸에 상당히 해롭다.

우리는 귓속 전정기관에 들어있는 이석이란 작은 칼슘 덩어리에 작용하는 중력을 감지해 방향을 느끼는데 무중량에선 이 같은 시스템이 불능 상태에 빠진다. 그 결과 '우주멀미'라는 현기증과 구토를 유발하는 심각한 방향감각 상실에 시달리게 된다.

무중량으로 인한 신경계 혼란은 멀미 말고도 빙글빙글 도는 느낌(현훈증)과 불규칙하고 빠른 안구 운동을 일으키며, 인간의 고유한 수용감각을 마비시켜 만취 상태에서처럼 사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

신경계뿐 아니라 체액에도 문제가 생긴다. 평소 중력의 도움을 받아 발끝까지 흘러가던 혈액이 돌지 않아 다리는 점점 가늘어지는 대신 혈액이 몰리는 머리와 팔, 몸통은 퉁퉁 붓게 된다.

무중량 상태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엔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골밀도 감소 현상이 생긴다. 이 같은 변화는 다리나 골반, 허리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는데 골절상이라도 당하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뼈뿐 아니라 근육 손실도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두 눈이 한쪽으로 몰리는 사팔뜨기로 변하기도 한다.

심지어 우주에선 충치가 발생할 위험도 훨씬 크다. 충치의 원인균이 무중량 상태에선 40~50배 빨리 번식하기 때문이다.

우주여행 중 소변을 볼 때는 식수로 바꾸는 진공관을 이용해야 하고, 대변을 볼 때는 빨아들이는 변기를 사용해야 한다. 물 부족으로 샤워를 할 수 없어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내는 게 전부고, 환기가 어려운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생활하기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적 이상이나 생활상의 불편도 우주여행 도중 안게 되는 더욱 치명적인 위험인 방사선에 비하면 약과다.

강력한 보호막 구실을 하는 지구의 대기권에서 벗어나는 순간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 각종 유해한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에 처한다. 우주를 떠도는 고에너지 입자들은 우주복은 물론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의 두꺼운 차폐물도 관통할 만큼 강력해 몸을 관통할 경우 세포를 파괴한다.

책은 우주여행 중 겪게 될 정신적 문제까지 상세히 다룬다.

잘 훈련받은 우주비행사들조차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환경 속에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증상을 보이거나 조직생활상의 문제를 드러내곤 한다. 우주여행은 극한의 남극 생활에 비견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무료한 억만장자들의 한갓 낭만적 돈놀음 같던 우주여행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2001년 첫 우주관광객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다녀온 미국의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는 "천국에 다녀온 기분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는데, 잠시 천국의 기분을 맛보느라 치렀을 대가는 돈이 다가 아니었으리라 짐작된다.

언젠가는 비행기술과 우주의학이 충분히 발달해 좀 더 쾌적하게 우주여행을 할 날이 오겠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한동안은 갈 수 있는 우주여행지도 제한적이다. 현재 개발 중이라는 1인당 20만~30만달러(2억2천만~3억3천만원)짜리 단기 우주관광 상품은 잠시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지구로 돌아오는 준궤도 비행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돈을 더 내면 국제우주정거장에 며칠 머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달이나 지구 가까이 지나가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방문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멀리 가도 화성이나 화성 주변 위성까지다. 화성까지 가는 데만 5~10개월이 걸리고, 화성 넘어 목성까지는 몇 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사실 우주여행은 여가선용 차원의 현대인들의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어쩌면 앞으로 본격화될 우주여행은 목숨을 걸고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대항해 시대'의 새로운 개막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류가 새로운 기회와 존재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결사적인 모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우주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소소한 희생쯤은 감수해야 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안락한 생활이 아닌 도전하는 삶이다. 평범한 경험이 아닌 흥미와 흥분으로 가득 찬 색다른 경험이다. 우주라는 낯설고 신비한 공간은 안락함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박아람 옮김. 360쪽. 1만7천원

abullap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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