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위원들 역대 최장 41일 '감금생활' 해방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무사히 끝나면 출제위원들도 역대 최장 '감금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23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출제·검토위원 400명가량과 관리인력 330명가량이 투입됐다.
평가원 관계자는 "출제위원은 물론, 보안요원과 음식·세탁 등을 담당하는 지원인력, 의료진과 문답지 인쇄 담당자들까지 모두 외부와 철저히 단절돼 생활했다"고 전했다.
출제위원들은 수능 한 달여 전인 10월 14일 지방 모처에서 합숙에 들어갔다.
수능 출제위원이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서 알지 못하도록 숙소에는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을 붙인다.
합숙 기간에는 외출이 일체 금지된다.
휴대전화나 이메일처럼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통신수단도 사용할 수 없다.
인터넷 검색도 보안요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제와 관련된 내용만 찾아볼 수 있다.
숙소 주변은 펜스를 두르고, 방 창문도 방충망으로 고정해 외부로 종이쪽지를 던지는 등의 일을 할 수 없도록 차단한다.
음식물 쓰레기조차 보안요원의 '점검'을 거친 뒤 반출한다.
이처럼 삼엄한 분위기의 합숙에서 출제위원들은 문제를 만들고, 반복되는 토론을 거쳐 수능 시험지에 들어갈 문제를 뽑는다.
입시 서적·기출문제지·교과서·참고서 등 수천 권의 책을 뒤지면서 기존에 너무 흡사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2014·2015·2017학년도 수능에서 계속 출제 오류 사태가 터지면서 올해는 문제를 검토하는 '검토지원단'도 보강됐다.
창의적이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토론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가 채택되지 않아 받는 자괴감, 자신이 낸 문제에 오류가 있어 60만명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은 굉장한 스트레스라고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게다가 올해는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예상치 못하게 감금생활이 길어진 것도 큰 스트레스 요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이 도입된 1993년(1994학년도) 이후 출제위원들의 합숙 기간은 통상 한 달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며 "이번이 가장 긴 합숙일 것"이라고 말했다.
출제위원들이 받는 수당은 하루 30만원 수준이다.
통상 한 달 남짓한 합숙 기간에 1천만원을 버는 셈이지만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출제위원 섭외를 고사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제위원들은 이날 장애학생 등 특별관리 수험생들이 마지막 응시영역 시험을 시작하면 40일간의 감금생활을 마치고 숙소에서 '해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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