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쓰레기 태워 에너지로…충남 열병합발전소 건설 갈등
업체, 임시보일러 가동 중단 예고…겨울철 난방 대란 우려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에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를 짓는 문제를 두고 사업자와 충남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당초 SRF 발전소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던 충남도가 주민 수용성 등을 이유로 건립 불가 입장으로 돌아서자 그동안 임시보일러를 가동해온 사업자가 열 제한공급을 선언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업체 측이 자금 부족을 내세우며 임시보일러 가동 중단을 예고해 겨울철 난방·온수가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도심에 열병합발전소라니…주민 반발
홍성군·예산군 일대에 조성된 내포신도시는 인구 2만여명의 소도시다. 도청, 교육청, 경찰청 등 충남의 도 단위 기관이 밀집돼 있어 '충남의 행정도시'로 불린다.
2012년 말 신도시 조성 당시 집단에너지 공급 사업의 하나로 쓰레기를 태워 연료로 사용하는 SRF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소 건립이 추진됐다.
한국남부발전, 롯데건설, 삼호개발 등이 설립한 내포그린에너지는 2023년까지 예산 삽교읍 목리에 SRF를 사용하는 시설 1기와 LNG를 사용하는 시설 5기를 짓기로 하고 지난해 말 공사에 들어갔다.
공사가 완료되면 최대 열 공급량 394G㎈/h, 발전용량 97㎿의 설비를 설치해 내포신도시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게 된다.
하지만 주민들은 올해 초부터 SRF를 연료로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는 쓰레기 소각장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주민들은 충남에 전국 화력발전소의 절반이 모여 있어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은데 SRF 발전소까지 들어서면 대기오염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업체 측은 대기오염물질 배출 설계 기준을 LNG 수준으로 강화했고, 환경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 승인도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SRF를 사용하는 시설을 LNG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업체 측은 LNG로 변경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져 전환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충남도는 당초 주민 공청회까지 열며 SRF 열병합발전소의 안전성을 알리고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8월 '추진 무리'로 입장을 선회했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등 사회적 여건이 바뀐 만큼 그에 맞춰 도의 에너지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하지만 열 전용 보일러 공사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에서 도가 갑작스레 입장을 바꾼 탓에 갈등의 씨앗을 남겼다.
◇ 사업자의 '선전포고'…열 제한공급 선언
충남도가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서자 사업자는 곧바로 '열 제한공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내포그린에너지는 공사 계획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 및 인가 지연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어 임시보일러를 정상 운영하기 어렵다며 지난 9월 25일부터 1단계 비상운전계획에 들어갔다.
내포신도시 내 아파트, 상가, 관공서 등에 100도 수준으로 공급하는 난방용 및 급탕용 온수를 80도로 낮춰 조정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산자부를 상대로 행정부작위에 대한 행정심판 소송을 청구했다.
업체 측은 산자부의 인가 지연으로 전체 1천200억원 규모의 자본금 가운데 40%에 달하는 467억원이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에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 온 열 전용 보일러와 LNG 열 전용 설비 공사를 중단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는 일정 사용량을 초과할 경우 출근시간 대 공공기관의 난방과 온수 공급 중단을 예고했다.
열 전용 보일러 준공률은 90%, LNG 열 전용설비 공사를 포함한 전체 공정률은 39.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 때문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롯데건설에서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당초에는 사업자가 보유한 임시보일러 8대를 가동해 연말까지는 차질없이 열 공급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재홍 내포그린에너지 부사장은 지난 20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자금력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 전에라도 중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사업자가 연일 초강수를 두면서 겨울철 난방·온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충남도, 겨울철 난방 대란을 막기 위한 해법 마련 고심
도는 사업자가 SRF 연료 사용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대안은 다른 사업자를 물색하는 것밖에 없다고 본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변화했고, 무엇보다 주민 수용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SRF 열병합발전소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정심판 결과가 나오기 까지 최대 3개월 이상 걸릴 걸로 예상되는데, 그 전에 대체사업자를 발굴해 사태를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만약 행정심판에서 사업체의 청구가 인용되더라도 추가로 행정소송을 하는 등 새로운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지역난방공사의 예비보일러 등을 동원하면 올해 겨울 열 공급 중단 사태는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상현 내포상생협력기획단장은 "집단에너지 사업법에 따라 사업자가 사업권을 유지한 채 열 공급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만약 난방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우리로서도 사업자를 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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