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협상 실패 獨 어떤 선택도 쉽지 않아…타협만이 살길
대통령과 각 정파 수장 연쇄회동 주목…극적 반전 기대도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 9월 총선 이후 지속한 다수 기독민주당ㆍ기독사회당 연합, 자유민주당, 녹색당 간 연정협상이 결렬되자 독일 정치권이 깊은 수렁에 빠졌다.
선택 대안은 뻔한데, 그 대안이 진정한 대안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진퇴양난인 셈이다.
정국 위기의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나 독일 주류 언론이 정당 책임을 강조하며 연정타협을 압박하는 배경이다.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안정적 선택은 3개 정파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주고받기' 타협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최대 정파인 기민기사연합이 2당인 사회민주당과 현 대연정을 다시 한 번 더 꾸리는 '어게인 대연정'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난민상한제와 난민가족 수용, 내연 자동차와 석탄 화력발전 퇴출, 감세 여부와 방법ㆍ정도를 두고 자민당과 녹색당, 기사당은 이념적 간극이 크다.
그 영향으로 자민당이 협상결렬을 선언한 만큼 이들 정파가 다시 무릎을 맞대는 건 상당히 극적이다.
그렇다면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이 대연정 협상에 나서는 카드인데, 이것은 양당 리더 앙겔라 메르켈과 마르틴 슐츠가 재선거 준비가 돼 있다고 앞다퉈 말하며 하는 기 싸움을 접고 장시간 정책 이견을 좁혀야 하는 지독한 인내가 수반돼야 한다.
두 경우 모두 '이상적'이라는 평가는 그래서 나오는 것이지만,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각 정파 수장을 만나 설득에 나서고 여론 지형도 바뀌어 간다면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독일 정치가 이런 형편에 몰리게 된 건 2015년 가을 정점을 찍은 난민 위기 영향이 크다.
난민 위기 속에 반(反) 난민ㆍ반 이슬람 강령을 가진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총선에서 12.6%를 득표하며 무시 못 할 존재감으로 연방의회에 둥지를 틀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당이 어느 정파에도 연정 파트너로 고려되지 않는 데 있다. 12.6%의 민의가 정부 참여에서 원천 배제되니 과반 획득을 위한 정당 간 조합의 경우의 수가 크게 제한되는 것이다. 기성 정당이 불온시하는 극우적 정당의 원내 진입으로 강화된 '균열적 다당제' 속성이 중도적 연정 구성에 큰 난관을 조성한 셈이다.
이에 맞물려 거론되는 옵션이 소수정부와 재선거다.
과반에 못 미치는 소수정부는 그러나, 독일 현대사에 전례가 없는 데다 대주주 메르켈 총리가 거부하는 선택지다. 아울러 불안정한 소수정부는 조기 선거 요구를 다시 부르게 마련이라는 점에서도 현실적이지 않다. 나아가 소수정부를 가동하려면 '불온 야당' AfD의 정부 밖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애초 선택 자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바로 그 맥락에서 재선거가 유력한 대안인 양 정치권에 회자된다. 기사당 당수인 메르켈 총리도 소수정부보다 재선거를 선호한다고 했고 슐츠 사민당 당수도 현 상황을 재평가하는 민심 확인을 위해서라도 재선거가 나은 카드라고 했다.
하지만 슐츠가 내세우는 명분은 일견 일리 있어 보이지만 안정적 연정 구성을 위한 정당의석 분포가 재선거 사유라는 대전제 아래에선 설 자리가 없을 수 있다. 9월 총선 결과와 별반 차이 없는 분포가 나온다면 선거를 다시 치르는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다만 재선거를 거치면, 설혹 정당의석 분포가 지금과 비슷하게 나온다 해도 정국이 변화하면서 각 정파가 지금과는 다르게 '어게인 대연정'을 비롯해 다양한 짝짓기를 시도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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