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이사해야 하나"…흥해 일부 주민은 타지로 '피난'
잦은 여진·액상화에 불안 가중
(포항=연합뉴스) 이덕기 김용민 기자 = "지진 발생 후 흥해를 지나는 7번 국도가 대피 행렬에 나선 차들로 한때 마비될 지경이었습니다."
규모 5.4 강진이 발생한 지 8일째를 맞은 가운데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에는 안전한 곳을 찾아 흥해를 벗어나려는 주민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다.
22일 흥해읍 주민들에 따르면 이 같은 움직임은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지난 15일 밤 일부 수험생 가족을 중심으로 절정을 이뤘다.
그 뒤에도 수십 차례 여진이 이어지자 '탈(脫) 흥해' 여부를 저울질하는 주민이 갈수록 늘고 있다.
흥해읍 한 입시학원에서 교사로 일하는 A(42·여)씨는 "본진이 발생한 날 밤늦게 당시 수능을 앞둔 제자들 근황을 알아보려고 여러 명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일부는 이미 수능 연기 소식을 듣고 부산에 있는 친척 집으로 대피 중이었다"고 했다.
A씨는 "이 제자는 '수능이 1주일 연기된 상태에서 여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시험 당일까지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수학원 교사 K(37)씨도 "제자 중 두 명이 지진 직후 대구와 부산에 있는 친척 집으로 옮겨 수능 때까지 그곳에서 도서관에 다니며 공부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흥해읍 주민 이모(44·여)씨는 "지진 직후 흥해읍에서 외지로 연결되는 7번 국도가 한때 차로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했다. 본진에 앞서 2차례 전진이 발생했고 이후에도 밤늦게까지 여진이 10여 차례 이어지자 극도의 불안을 느낀 일부 주민이 다른 곳으로 서둘러 떠났기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흥해에서 포항 시내로 출퇴근하고 있는 회사원 김모(53)씨는 "흥해가 지진 진앙으로 알려지면서 이웃집 주민 한 명은 가족과 16일 아침 일찍 짐을 싸서 나간 뒤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나도 당시 집이 크게 흔들리면서 여러 곳 파손됐고 경황이 없어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지진이 잠잠해지면 돌아오려는 것 같았다"면서 "지난 1주일간 이어진 여진과 언론에서 잇달아 보도하는 액상화 현상 등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옮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흥해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65)씨는 "인천에 사는 아들 내외가 지진 직후 식당 문 걸어 잠그고 빨리 올라오라고 성화지만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을 버리고 훌쩍 떠나기 어려워 망설이고만 있다"고 했다.
흥해읍사무소 한 관계자는 "지진 이후 다른 지역으로 대피한 분들이 '이제 흥해로 돌아가도 되느냐'는 문의전화도 종종 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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