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와 여덟 난쟁이' 시절로 회귀하나
황재균-강민호 떠난 롯데, 내년 시즌 빈공 우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지난 10월 말, 3년 재계약에 성공한 뒤 내년 시즌 시급한 과제로 타격 강화를 꼽았다.
조 감독은 "내년 시즌은 타격 강화가 숙제"라며 "외부에서는 강타선이라고 하는데, 내부에서 보면 중위권 정도밖에 안 된다"고 냉정한 평가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조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롯데는 타선 보강은커녕 국내 복귀를 선언한 내야수 황재균(30)을 붙잡는 데 실패했고, '안방마님' 강민호(32)까지 떠나 보냈다.
강민호는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와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40억원+연봉 총액 40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했다.
삼성은 강민호 영입으로 '국민타자' 이승엽의 은퇴로 생긴 중심타선의 공백을 메우는 데 성공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국가대표 경험을 쌓은 강민호의 가세는 삼성의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단연 플러스 요인이다.
반면 롯데는 강민호의 이탈로 타선에 치명적인 공백이 생겼다.
프로 14시즌 통산 타율 0.277에 218홈런 778타점을 올린 강민호는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더불어 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손꼽힌다.
'빅보이' 이대호가 올 시즌 복귀하기 전까지, 롯데 타선을 이끈 선수는 강민호와 황재균, 손아섭 트리오였다.
그런데 이 3명의 선수 중에서 강민호는 '삼성맨'이 됐고, 황재균은 협상 테이블을 차려보지도 못하고 kt wiz에 빼앗겼다.
마지막으로 남은 손아섭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꿈을 품고 있어 잔류를 장담하기 어렵다.
5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한 롯데가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약하기 위해서는 타선 보강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런데 상황은 내부 전력이 줄줄이 이탈하는 비상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믿을 것이라고는 이대호와 전준우 정도뿐이다. 그 외의 불확실한 타자들의 각성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은 내년 시즌 롯데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자칫했다가는 2006∼2007년 '이대호와 여덟 난쟁이' 시절로 회귀할 우려까지 있다.
당시 동료들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던 이대호는 2년 동안 평균 타율 0.336, 홈런 27개, 타점 87개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특히 2006년에는 타율과 홈런, 타점, 장타율 등 4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호에게만 의존했던 롯데는 2년 연속 7위에 머물렀다.
물론 아직 FA 시장이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롯데가 투자 의지가 있다면 타선에 힘을 보탤 FA 선수들은 여럿 있다.
이윤원 롯데 단장은 "강민호를 잃은 것은 아쉽지만, 신인 나종덕이 있고, 안중열도 재활을 끝내고 내년 복귀를 앞두고 있다"며 "2차 드래프트에서 포수를 지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아섭과는 얘기 잘하고 있다. 간격을 좁혀가는 단계"라며 "현시점에서는 내년 시즌 타선에 대해 우려가 나올 수 있겠지만, 팬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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