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백신 없던 C형간염…'완치의 문' 활짝 열렸다
만성 C형간염 15∼56%는 간경변으로 악화…감염예방·치료가 최선
항바이러스제 완치율 90% 넘어섰지만 치료 이후에도 주의 필요
(서울=연합뉴스) 곽금연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주부 이모(55)씨는 10여년 전 건강검진에서 C형간염에 걸린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30년 전 둘째 아이 출산 때 과다 출혈로 대량 수혈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때 C형간염에 걸린 것이다. 병원에서는 이제라도 C형간염을 치료하자고 권유했지만, 이씨는 스스로 자각할 만한 불편한 증상이 없고, 치료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며 검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지내왔다. 그러던 중 부작용 없이 치료가 가능한 C형간염 신약이 출시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최근에서야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했다.
C형간염 바이러스는 우리나라에서 급성 또는 만성 간염, 간경변증 및 간세포암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아직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감염이 확인되면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2015년 국내 33개 검진센터에서 성인 검진자 26만7천2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 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 양성률은 0.50%로, 연령에 따라 양성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가 양성이라는 것은 과거 혹은 현재 시점에서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C형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은 1b형과 2a형으로, 이중 1b형에 감염된 환자군에서 간세포암종 발생위험이 더 크다는 보고가 있다.
유전자형은 항바이러스제의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과거 인터페론 주사 치료제 시대에는 1b형의 치료 효과가 2a형보다 훨씬 좋지 않았고, 치료 기간도 48주로 2a형의 24주보다 두 배나 길었다.
C형간염 바이러스의 주요 전염경로는 C형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 또는 혈액제제의 수혈이나 장기이식, 주사용 약물남용, 불안전한 주사나 의료시술, 오염된 주사기나 바늘에 찔리는 경우, 감염자와의 성접촉, 감염된 산모로부터 신생아로의 수직감염 등이다.
1991년 이전까지는 수혈에 의한 감염이 주요 전염경로였으나, 1992년 이후 헌혈자에 대한 선별검사가 도입되면서 수혈에 의한 전염 위험은 매우 낮아졌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급성으로 감염된 경우 20∼50%에서는 3∼4개월 이내에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제거되면서 회복되지만, 나머지 50∼80%의 환자들은 만성 간염으로 이행된다.
일단 만성화되면 C형간염 바이러스는 지속적인 간 손상을 유발하고, 간경변증과 간세포암종을 초래하게 된다. 만성 C형간염 환자 중 15∼56%는 20∼25년의 기간을 거치면서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연간 1∼5%에서 간세포암종이 발생하고, 연간 3∼6%에서는 복수, 황달, 위장관 출혈 등의 합병증을 겪게 된다. 이로 인한 전체 사망률은 연간 2∼4%다.
삼성서울병원의 보고에 따르면 항바이러스 치료로 C형간염 바이러스가 완치된 경우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5년 누적 질병 진행률이 각각 4%, 13%로 C형간염 바이러스가 완치된 경우 훨씬 더 예후가 좋았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C형간염의 표준치료는 페그인터페론 알파(주 1회 피하주사)와 경구 리바비린 병합요법이었다. 바이러스 유전자형에 따라 약 24∼48주간 치료하며 완치율은 50∼80%였다.
그러나 간경변증이 이미 진행한 상태에서 치료하면 완치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했고, 특히나 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이 많아 고령이나 다른 질병이 동반된 경우에는 치료가 매우 어려웠다.
요즘은 먹는 항바이러스제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017년 11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승인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로는 다클린자(한국BMS 제약), 순베프라(한국BMS 제약), 소발디(한국길리어드 제약), 하보니(한국길리어드 제약), 제파티어(한국엠에스디 제약), 비키라(한국애브비 제약), 엑스비라(한국애브비 제약)가 있다.
이런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들의 가장 큰 장점은 과거 페그인터페론 알파와 경구 리바비린 병합요법에 견줘 투약 기간이 8∼24주로 매우 짧다는 점이다. 대신 완치율은 90∼99%에 달하고 부작용 또한 매우 경미하다.
다만, 환자 본인 부담금이 250만∼900만원에 달하는 점은 아직 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보험급여의 확대와 함께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C형간염은 완치된 이후에도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바이러스가 박멸됐더라도 C형간염 바이러스에 다시 노출되면 재감염될 수 있으므로 감염원에 노출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C형간염 바이러스가 박멸되기 전 이미 간경변증이나 간세포암이 발생했던 환자의 경우 C형간염 바이러스가 박멸된 이후에도 간경변증의 진행과 간세포암 발생, 재발 위험이 잔존하므로 이에 대한 꾸준한 감시 검진이 필요하다. 따라서 간경변증이나 간세포암이 발생하기 전 C형간염 치료에 성공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 하겠다.
◇ C형 간염 예방수칙
현재까지 효과적인 C형간염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으므로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요인과 관련된 표준 위생지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생활 수칙을 따른다.
▲ C형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는 칫솔, 구강위생용품, 면도기, 손톱깎이 및 피부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도구를 개별 사용하고 출혈이 있는 상처는 다른 사람의 혈액에 노출되지 않게 한다.
▲ 주사용 약물남용을 금한다.
▲ 다수와의 성관계를 피한다.
▲ 의료행위 및 문신, 피어싱, 침술을 포함한 침습적 시술을 받는 경우 일회용 또는 적절히 소독된 재료가 사용되는지 확인한다.
◇ 곽금연 교수는 1997년 서울대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2007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곽 교수는 만성 바이러스 간염과 지방간에 대한 진료 및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2013년부터 대한간학회 C형간염 진료가이드라인 개정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대한소화기학회지 편집이사를 맡고 있다. 2017년에는 대한간학회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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