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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최고상 이대영씨 "봉사, 자기만족 아닌 순수 행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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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최고상 이대영씨 "봉사, 자기만족 아닌 순수 행위여야"

예맨·레바논서 10년 넘게 간호사 아내와 의료봉사·지원활동 펼쳐

"자신만의 전문성으로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는 청년 많이 나오길"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돌투성이인 흙 바닥에서 신발도 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 웃고 있지만 그들의 발은 이미 상처투성이고, 마실 물도 제대로 없는데 음식 먹기 전 손을 씻으라고 가르치는 것은 사치이며, 건강한 아이보다 여러 질병으로 아픈 아이가 더 많아도 병원에 갈 엄두도 못 내는 것이 그들의 상황이었습니다."

2017년 해외봉사상 대통령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대영(49) 씨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내전을 피해 레바논에 넘어온 150만 여명의 난민 가운데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24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레바논 등지에서 의료봉사와 지원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해외봉사상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는다.

국제의료구호단체인 '글로벌 케어' 레바논 지부장으로 5년째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그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상소감 대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들이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고 소망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는 또 "예멘과 레바논에서 봉사한 10년은 우리 부부의 삶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두려움과 절망 가운데 살아가는 예멘과 시리아 사람들을 성실하고 겸손하게 잘 섬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 지부장은 2013년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의 난민 지원을 위한 1차 긴급구호 사업을 2개월간 진행하다 의료지원이 더 긴급해지면서 이듬해 다시 레바논으로 날아갔다. 처음에는 KCOC의 인도적 지원 사업으로 파견됐지만 2015년부터는 KOICA와 민간협력사업으로 의료구호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는 현지에서 KOICA가 펼치는 '엘피스 홈 클리닉'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 등의 진료 서비스를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주 4일 간 난민에게 제공한다. 월 2회는 먼 곳까지 나가 이동 진료를 한다.

이 지부장은 한국의 후원단체인 '인터알리아'를 통해 난민 25명의 환자를 수술하도록 지원했으며, 난민 가족 모두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외과 전문의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외과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연고가 전혀 없는 전주의 예수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수련을 받았다. 많은 외국인 의료 선교사가 찾아와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사랑으로 치료했던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헌신과 봉사의 삶을 배웠고, 반려자인 아내 서현정(간호사) 씨도 만났다.

해외봉사의 길은 1998년 여름 휴가를 이용해 몽골에 단기 의료봉사를 가면서 시작됐다. 당시 그곳에서 "한국에는 훌륭한 의사들이 많이 있어 내가 없어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없겠지만, '이곳처럼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는 나 한 사람으로 많은 사람이 위로받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이듬해 군산의 한 종합병원 외과 과장으로 스카우트돼 근무하면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해외봉사를 하기 위해 아내와 자신을 필요로 하는 나라를 찾았고, 의료 선교단체의 소개로 2005년 예멘에 나갔다. 1년 6개월의 아랍어 과정을 공부한 후 이듬해부터 현지 정부 병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소속은 '국제의료협력단'(PMCI)의 예멘 지부장이었다.

"당시 예멘은 중동 국가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했고, 의료 수준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었어요. 우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을 위한 재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했죠. 환자를 직접 돌보는 활동도 중요했지만, 의료인들을 교육해 그들이 치료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맨-한국 친선 외과 교육 병동'을 운영하고, 병원 리더와 외과 의사들을 위해 '외과 영역 세미나'를 개최하는 동시에 지역 보건부와 병원 리더들의 한국 초청 연수도 진행했다. 병원 행정, 간호부, 주 정부와 보건부 수장들의 한국 병원 방문은 그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PMCI 예멘 지부를 정식으로 현지 정부에 등록한 그는 매년 의사와 간호사들을 한국에 보냈고, 한국에서도 예멘에 단기 세미나 팀들을 보낼 수 있도록 교류를 정착시켰다.

이 지부장은 예멘에 심폐소생술을 처음 알리기도 했다.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30분 넘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해 살려낸 일이 화제가 되면서 예멘의 모든 병원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에 이를 반드시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봉사를 '내가 갖춘 능력과 시간을 정말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렇기에 "봉사는 스스로 만족을 위한 자기중심적인 행위가 아니라 상대방과 그 공동체를 위한 순수하고 지혜로운 행위여야 한다"며 "우리가 받은 것들은 정말 그 도움이 필요한 주위의 사람들에게 나누라고 받은 것이고, 그것을 삶에 실천할 때 진정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외 봉사활동을 떠나는 청년들에게는 무턱대고 나갈 것이 아니라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전문성이 있다고 무작정 달려들어서는 안돼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장의 요구와 상황을 잘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적용을 통해 현지 사람들의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봉사가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전문성으로 사람들에게 기꺼이, 의미 있게 나누는 청년들이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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