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인간시장'에 분노폭발…파리에서 수백명 항의시위
아프리카 연합도 성명 "비열한 짓…리비아 당국 조사 돕겠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최근 미국 방송 CNN의 리비아 '인간시장' 보도 이후 세계 각지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18일 파리 중심가에 자리한 리비아 대사관 앞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대다수가 젊은 흑인으로 이뤄진 시위대는 '노예제와 난민 강제 수용소를 철폐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우리 형제들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한 시위 참가자는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집결해야만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 가스를 쏘았고, 시위대는 이에 거칠게 저항했다.
아프리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아프리카 연합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무사 파키 파하마트 차드 외무장관은 파리 집회가 끝난 뒤 성명을 발표해 "리비아의 인간시장은 비열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리비아 당국이 CNN이 보도한 리비아 인간시장 실태를 제대로 조사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 연합 인권위원회가 돕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비아 내 아프리카 난민들의 어려움을 다루기 위해 실질적인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도록 리비아 및 다른 이해 당사자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유엔의 지지를 받는 리비아 통합정부의 아흐메드 메티그 부총리는 성명을 발표해 통합정부에서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모든 혐의가 확정되면 연루된 이들은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CNN은 '유러피언 드림'을 안고 리비아에 도착한 아프리카 난민들이 밀수꾼들에게 붙잡혀 인간시장에서 수십만원에 거래되는 장면을 포착해 보도했으며, 리비아 당국으로부터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올해 4∼5월 영국 일간 가디언, 로이터통신 등도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등을 인용해 아프리카 난민들이 리비아의 현대판 노예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IOM에 따르면 리비아에는 70만∼100만명에 달하는 난민이 체류 중이며, 매년 2천여명이 난민선을 타고 유럽으로 가는 도중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는다.
리비아로 몰려드는 난민 대다수는 전쟁과 박해, 경제적 고통을 피해 달아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출신이다.
이들은 밀수꾼에게 돈을 주고 유럽으로 향하는 허름한 난민선에 몸을 싣거나 밀수꾼이 운영하는 수용소에 갇혀 강제 노동· 성적 학대 등에 시달리고 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이후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치안이 불안정해져 인신매매, 밀수의 소굴로 떠올랐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