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난민송환→개발'…中,로힝야 사태 '3단계 해법' 제시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1세기 아시아 최대 난민사태로 비화한 로힝야족 유혈사태에 본격 개입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중국이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2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미얀마에서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과 틴 초 대통령, 민 아웅 흘라잉 군최고사령관 등을 잇달아 면담했다.
왕 부장은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로힝야 위기를 풀기 위한 이른바 '3단계 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그 계획의 첫 단계는 (미얀마군과 반군간) 휴전하고 질서와 안정을 되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도피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어 "2번째 단계에서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독려해 양국이 평등한 조건에서 협의해 난민 문제를 푸는 것"이라며 "마지막 단계는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라카인주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라카인주는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충분한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라카인주의 빈곤을 퇴치하고 투자를 늘리는데 도움을 주기를 촉구한다. 중국은 개발에 도움을 주고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은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대한 국제사회의 맹비난에도 미얀마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특히 지난 6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미얀마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의안 채택이 시도됐으나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막았다.
이에 대해 소수민족 문제가 자국에 전이되는 것을 막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 등과 관련해 미얀마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로힝야 사태가 발생한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 외교 수장을 보내고 구체적인 사태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개입 의지를 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왕 부장은 6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한 방글라데시를 방문해 국제사회가 이번 사태에 개입해서는 안 되며 방글라데시와 미얀마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을 면담한 아웅산 수치는 "중국과 미얀마는 나라의 크기와 국력이 다르지만, 상호 이해의 측면에서는 양국이 같은 가치를 가진 친구"라며 추켜 세웠다.
앞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지난 8월 25일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對)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서부 라카인주 국경 인근의 경찰 초소 30여 곳을 습격했다.
미얀마군은 이를 빌미로 병력을 투입해 토벌 작전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6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토벌 작전을 빌미로 살인, 방화, 성폭행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고,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규정하고 미얀마군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와 군은 이런 주장이 조작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조사도 거부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