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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숨겨진 군사시설 '총안'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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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숨겨진 군사시설 '총안' 아시나요

한국 주거문화사 다룬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산비탈을 도려내고 무질서하게 주워 붙인 판잣집들이었다. (중략) 저만치 골목 막다른 곳에, 누런 시멘트 부대 종이를 흰 실로 얼기설기 문살에 얽어낸 철호네 집 방문이 보였다." (이범선 '오발탄')

"가팔라지고 좁아지는 계단을 꾸역꾸역 올라가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을 배경으로 멀리 남산타워가 보였다. (중략) 여름에는 찌는 듯이 덥고 겨울에는 혹독하게 추운 곳이지만, 그런대로 살만했다." (문진영 '담배 한 개비의 시간')

각각 1959년과 2010년 발표된 소설 배경은 모두 서울 남산 해방촌이다.

실향민들의 판잣집이 모여있던 해방촌은 반세기 후에는 청춘들이 고단한 하루를 보낸 뒤 제 몸 하나 겨우 누이는 곳으로 바뀌었다.

"거대도시 서울, 자본주의의 중심지에서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으로 자신의 시간을 버티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60년 전 '오발탄'에서 마주쳤던 철호를 만난다."

해방촌은 신간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집 펴냄)에 등장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촌' 중 하나다.

베트남전에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조성된 미망인촌, 동경과 욕망을 자극했던 외인촌이나 문화촌, 아파트촌 등 수많은 '촌'이 근현대사 속에서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는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주거 문화사를 소개한 책이다.

맨션아파트가 어떻게 표준 욕망이 됐는지부터 쓰레기 투입구와 장독이 어떻게 아파트에서 사라졌는지, 중산층 아파트와 함께 출현한 '식모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까지 우리 주거문화의 변천을 사진과 도면, 신문기사 등을 곁들여 풀어낸다.

한때 서울 수유리와 구로동에도 들어섰지만 이제는 제주 이시돌 목장 주변에서나 볼 수 있는 '테쉬폰 주택'을 그리스, 이라크, 아일랜드까지 넘나들면서 엮어낸 이야기도 흥미롭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한강 변 고층아파트 계단실에 만들어진 군사시설인 총안 등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옛 자취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은 오래돼서 귀한 것을 오래됐다고 버리고, 연립주택을 타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거창하게 포장하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일 없이 "공중을 떠다니는 포자"와 같은 삶을 살아온 지난 수십 년의 세태를 따끔하게 지적한다.

1937년 발표된 이태준 '복덕방'부터 올해 김유정문학상을 받은 황정은 '웃는 남자'까지 50편 이상의 소설이 등장해 이야기를 더 알차게 만든다.

384쪽. 2만2천 원.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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