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수능 마케팅'도 일주일 연기…관광·유통업계 대혼란
이벤트 차질 불가피…여행업계, 해외여행 취소·연기 속출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애프터 수능 마케팅'을 준비하던 업계도 혼란을 겪고 있다.
유통 및 외식업체들은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과 가족들을 겨냥할 할인 행사와 이벤트 등을 줄줄이 연기했다.
그러나 수능 연기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하다. 많은 업체가 일정에 맞춰 홍보활동을 펼치고 식재료 등을 준비했으나 돌발 상황으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여행사에는 수능 직후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던 수험생 가족들의 취소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 유통업계, 수험생 할인 행사 일주일 연장·연기
수능이 연기됨에 따라 유통업계는 수능 관련 이벤트 기간을 대부분 수능 후로 미뤘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모두 수험표를 지참한 고객 대상 할인 행사를 일주일 연기했다.
롯데백화점 수험표 할인 행사는 실제 수능이 치러지는 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다.
롯데백화점은 애초 16일부터 19일까지 이지·영 캐쥬얼 브랜드를 수능 수험표를 지참할 경우 30% 할인 판매할 계획이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수능 수험표를 지참한 수험생들에게 의류와 화장품 등을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를 일주일 연기했다.
다만 미리 준비한 공연과 입시설명회, 메이크업 쇼 등 미리 잡아둔 행사들은 아직 일정을 조율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수능 연기가 전날 저녁에 갑자기 결정돼 수능과 관련된 여러 일정의 연기 여부는 아직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예비 대학 새내기를 위해 17∼19일 진행할 예정이던 메이크업쇼 일정 조율을 상의 중이다.
이 밖에도 화장품, 패션 등 대부분 업체는 미뤄진 수능 날짜에 맞춰 할인 행사 혹은 이벤트를 연기하거나 연장했다.
이마트는 초콜릿 등 일부 상품 할인 행사를 1주일 더 진행한다.
미니소는 수험표를 제시할 시 보조배터리, 자이언트 베어 등 디지털과 캐릭터 인형 카테고리 제품 등을 1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30일까지 연장한다.
잇츠스킨은 16∼19일 예정됐던 프로모션을 1주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수험표를 갖고 매장을 방문해 멤버십에 가입하면 경품과 30% 할인 쿠폰을 증정한다.
붙이는 매니큐어 브랜드 인코코도 16∼23일 진행할 계획이던 수험생을 위한 특별 할인 프로모션을 수능 후로 연기했다.
◇ 수험생 가족들 외식 미뤄…외식업체 "수능 이벤트 연기"
수험생과 가족들은 수능 연기에 따라 외식 일정도 뒤로 미루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문효숙(60·여) 씨는 "수험생 조카와 같이 식사하려고 오늘 저녁 고깃집을 예약했었는데 취소했다"며 "오늘 수고했다고 격려해주려고 했는데 조카가 일주일 더 고생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수능 당일 점심을 위해 죽 같은 간편식을 예약 주문했던 수험생이나 부모들도 예약을 연기하거나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죽 전문점 본죽 관계자는 "사전예약을 통해 수능 당일 아침에 매장에서 곧바로 죽을 찾아갈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며 "매장들에 따르면 예약을 취소하기보다는 다음 주 수능일로 연기해달라는 문의가 더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수능 특수를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던 식당 주인들은 곤란한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유 모(59·여) 씨는 "수능 날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아서 미리 음식 재료를 많이 준비해놨는데 난감하다"며 "수험생 응원 현수막도 날짜가 바뀌어서 다시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수능 이벤트 일정을 일주일 뒤로 연기했다.
이디야커피는 이날 시작할 예정이었던 수험생 무료 음료 2만잔 증정 이벤트를 23일로 연기했다.
엔제리너스커피도 수험표 지참 고객에게 바리스타 제조 음료를 5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오는 23일부터 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TGI프라이데이스는 모든 메뉴를 최대 4개까지 40% 할인해주는 '수험생 응원 이벤트'를 오는 23일부터 한 달간 하기로 했다.
일부 업체는 이벤트 취소가 어려워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bhc치킨은 이날부터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서 해바라기 프라이드치킨 세트를 9천900원에 1만개 판매하는 수능 이벤트를 그대로 진행한다.
bhc치킨 관계자는 "11번가와 계약이 돼 있어 취소가 어렵다. 수험생뿐 아니라 일반 고객도 대상이었던 이벤트이니 괜찮다"며 "연기된 수능 일정에 따라 또 다른 이벤트를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빚은 등은 수능 기획 상품 판매를 다음 주 수능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 여행사·호텔 "수험생 위약금 없이 취소·연기 가능"
여행업계는 수능 시험 연기로 시험 직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게 된 수험생들에게 위약금 없이 여행 취소나 연기를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능 직후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여행을 준비했던 재수생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투어는 "수능 연기로 인해 여행을 가지 못하는 고객에게는 별도의 위약금 없이 여행을 취소 또는 연장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진으로 인한 수능 연기와 같은 사례가 이전에 없었기 때문에 같이 여행을 가는 가족 구성원 중 어느 범위까지 위약금이 면제될지는 미정이다.
여행사 외에 항공사나 해외 호텔이 위약금을 면제해줄지도 관건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 호텔의 경우 수능 시험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호텔업계도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을 위한 패키지 예약의 경우 위약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신라스테이는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등이 포함된 수험생과 가족을 위한 '해피 메모리즈' 패키지를 12월 21일까지 판매한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수능 연기로 인해 예약 취소나 날짜 변경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위약금 없이 처리해줄 예정이다"고 전했다.
테마파크는 수험생 대상 행사 일정을 연기했다.
에버랜드는 16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수험생에게 64% 할인 혜택을 줄 예정이었으나, 변경된 수능일인 23일부터로 행사 시작일을 바꿨다.
수험생들을 위해 19일까지 연장 운영될 예정이었던 어트랙션 '호러메이즈'도 26일까지 운영 기간을 늘렸다.
롯데월드는 수험표를 지참한 수험생에게 16일부터 이번 달 말까지 자유이용권 할인 등 여러 행사를 마련했는데, 시작일은 그대로 유지하고 행사 종료일을 일주일 뒤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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