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로 제주 수험생들 항공권 취소·변경 '비상'(종합)
항공사 "수수료 면제"…도교육청 "차질시 유관기관에 협조 요청"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전지혜 기자 =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미뤄지자 수능 직후 서울 등 다른 지역 대학교 논술시험을 치르려고 항공권과 숙박시설 등을 예약해놨던 제주지역 수험생들은 비상이 걸렸다.
제주에 사는 김모(44·여)씨는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이 오는 17일 서울 지역 모 대학교에서 수시 논술을 치를 예정이라 일찌감치 자신과 딸의 제주∼김포 왕복 항공권을 예약했었다.
그러나 수능이 일주일 미뤄지면서 일정이 변경돼 항공권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2인 기준 제주에서 김포로 가는 항공권은 5천원, 돌아오는 편은 1만원의 수수료도 지불해야만 했다.
숙소의 경우 대학 주변에 있어서인지 지진 여파로 인한 사정을 이해해 줘서 수수료를 물지 않을 수 있었다.
김씨는 "다시 일정을 잡으려니 혼란스러운 것은 물론 이제 항공권을 예약하더라도 할인율이 낮아져서 애초보다 비싼 가격에 예약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갑자기 수능이 연기되면서 서울 등 도외 다른 지역으로 논술이나 면접을 보러 가야 하는 수험생과 그 가족은 혼란에 빠졌다.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인 이모(51·제주시)씨 역시 "논술 때문에 수능 후 바로 서울에 가서 한동안 머물 예정이었는데, 논술 일정이 변경되는 것을 보면서 항공권과 숙소 예약해둔 것을 취소하고 다시 표를 구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사정을 고려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내 다수의 항공사는 이달 16∼23일(출발일 기준) 국내선·국제선 전 항공편을 대상으로 수험생과 그 가족이 항공권 환불·교환할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 본인과 직계 가족 및 수험생의 형제·자매 등 동반가족이 대상이다. 항공권 예약 취소나 변경 시 발생하는 예약부도 위약금, 재발행 수수료, 환불위약금 등이 모두 면제된다.
도교육청은 지리적 특성상 육지부 대학 논술시험을 치르기 위해 제주에서 항공편으로 이동해야 하는 수험생들이 있으므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차질이 빚어진다면 유관기관·단체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제주에서는 수능 연기로 인한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지난 15일 교육부가 수능 연기 방침을 발표한 직후 도교육청은 시험장으로 지정됐거나 교사 감독관 차출로 인해 16일 휴업하기로 했던 도내 29개교가 예정대로 휴업하도록 하고, 문자발송시스템 등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등에 휴업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졸업생과 검정고시생들에게는 도교육청이 별도로 수능 연기 사실을 알렸다.
정보 전파가 빨리 돼서인지 이날 오전 수능 시험장을 찾은 수험생이나 등교한 고등학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애초 수험생 입실 마감 시각인 오전 8시 10분께까지도 도내 곳곳 시험장에 수능 안내 현수막이 그대로 걸려있고, 고사장 내부에도 시험 안내문이 그대로 붙어있었다.
제주시 모 고교에는 이날 이른 아침 교복 차림의 한 수험생이 등교하기도 했다. 이 수험생은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것은 알고 있는데, 지진이 난 포항 지역 학교만 휴교하고 제주에서는 정상 등교하는 줄 알았다"며 휴업 관련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점에는 참고서와 문제집 등을 버렸다가 수능이 연기되자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기 위해 다시 책을 사려는 수험생과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도교육청은 수능 시험장 준비를 원점에서 다시 추진한다.
시험장으로 지정된 도내 14개교에 대해서는 다시 전기·가스 안전을 확인하고 듣기평가 시설도 재점검하는 등 매뉴얼에 따라 다시 준비과정을 거친다.
수능 감독관 배치 계획을 다시 짜고 시험장 준비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 물품 등도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새로 구비한다.
시험장(학교)은 변경하지 않되 부정행위 방지 등을 위해 교실은 변경할 계획이다.
제주시(94)지구와 서귀포시(95)지구로 나눠 보관했던 수능 문답지는 이날부터 다시 도교육청 보관장소에서 함께 관리된다. 보관장소에는 경찰 2명, 도교육청 직원 2명, 교육부 중앙협력관 2명 등 총 6명이 배치돼 보안 관리하며 교육부가 관리 인원을 증원하면 인원을 새롭게 편성해 관리를 강화한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지진으로 피해를 본 포항과 주변 지역 주민, 아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하루빨리 안정을 찾길 기원한다"며 "수능보다 안전이라는 교육부 방침을 존중하며, 이 뜻에 맞게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수능이 치러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18학년도 대입 수능 제주지역 응시자는 2017학년도보다 112명 증가한 7천100명이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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