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IT기업 역차별 철폐"…구글 과세 강화 어떻게 할까(종합)
내년 말 매출 첫 공시…'수입 축소' 방지 규정 마련이 관건 될 듯
앱마켓 과세는 OECD 기준 합의 필요…망 사용료 부과도 난관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홍지인 기자 = 국내 IT(정보기술) 업계의 숙원이던 외국계 사업자에 대한 과세 개선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주요 외국계 IT 기업은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지금껏 매출이 투명하게 밝혀진 바가 없고, 국경을 넘나드는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을 악용해 '역외 탈세'를 일삼는다는 의혹을 사 왔다.
최근 네이버와 IT 신생 기업 연합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이 이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우리 정부도 심정이 초조하다.
응당 내야 할 세금을 피하는 외국계 사업자 때문에 토종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성토가 계속돼 어떤 수준이든 대책을 내놔야 할 상황이 됐다.
◇ "유한회사도 곳간 정보 밝혀라"
16일 정부와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런 과세 개선 작업의 첫 단추는 내년 11월1일 시행되는 유한회사의 '경영 정보 공개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계 주요 IT 업체의 한국 법인은 법적 지위가 '유한회사'라 지금껏 매출·영업이익·순이익 등을 외부에 밝힐 의무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개정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내년 11월 시행되면서 유한회사 중 일정 기준을 넘는 곳도 경영 정보 공개 의무가 적용된다.
공개 의무 대상의 기준은 자산과 종업원 수 등을 따져 내년 2∼3월 입법예고되는 정부 시행령으로 정한다.
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유한회사는 가급적 공개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 우리 당국의 방침인 만큼 구글과 애플 등 외국계 IT '공룡'은 대다수 공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렇게 선정된 외국계 유한회사는 매출, 영업이익, 자산, 부채, 법인세 비용 등 내부 현황을 자세히 밝혀야 해 경제·사회적 책무 강화의 중요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단 신기술이 많고 사업 체계가 복잡한 IT 산업의 특성 때문에 외국계 업체가 갖은 핑계로 매출을 부당 축소 신고할 공산도 없지는 않다. 이 때문에 정부는 외감법 시행령의 '매출 산출 기준'을 손질해 수입을 줄이는 '꼼수'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외감법의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IT 업계의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합리적 매출 산정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연 매출 1조 원을 초과하는 다국적기업에 대해 국가별 납세액을 조세 당국에 밝히도록 의무화한 '국가별보고서' 제도도 관심을 끈다.
내년 1월까지 제출하는 이 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애플 등 거대 글로벌 기업이 실제 나라마다 세금을 어떻게 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줘 합리적 과세 판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 '역외 탈세' 해결책 막막
이처럼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못 걷은 세금을 바로 받아내는 것은 아니다.
외국계 IT 업계의 '역외 탈세' 기법을 해결해야 본격적 증세가 가능한데, 법리 검토와 국가 간 합의 등이 필요해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역외 탈세의 대표 사례는 '서버 옮기기'다. IT 서비스의 핵심 전산장치인 서버의 실제 소재지에서만 세금을 징수한다는 원칙을 이용, 서버를 세율이 낮은 외국으로 이전해 과세를 피하는 것이다.
예컨대 구글은 앱(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장터인 '구글 플레이'를 통해 한국에서 작년에만 1조3천4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액수에 따라 법인세를 낼 필요가 없다.
한국 구글플레이의 매출은 실제 서버가 있는 싱가포르 법인으로 몽땅 넘어가 싱가포르 측 금액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실제 돈은 한국에서 벌고 세금은 다른 곳에서 내는 식이라 상식에 어긋나지만, 지금의 국내외 법규로는 문제 제기가 어렵다.
우리 정부의 관계자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물리적 서버 소재지에 과세한다'는 원칙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와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논의하고 있다. 대안 마련이 까다로워 2020년께야 결론이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IT 산업과 관련한 과세 문제는 한 국가의 결정만으로 풀 수 없고 국제적인 기준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도 이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지만 언제 합의가 될지 단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망 사용료 부과도 '뜨거운 감자'
토종 업계의 또 다른 염원인 망 사용료 부과도 난관이 예상된다. 외국계 IT 기업과 한국 통신사가 계약으로 풀 사안이라,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망 사용료 회피는 탈세 논란과 함께 외국계 IT 업체의 양대 '갑질'로 꼽힌다. 인터넷망에서 큰 트래픽을 발생할 때 응당 내야 할 비용을 외면해, 요금을 제대로 납부하는 토종 기업만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미국계 서비스가 사실상 공짜로 국내 망을 쓰면서 시장 점유율을 대거 높여, 한해에 수백억∼수십억원을 망 사용료로 내는 국내 사업자와의 격차를 벌린다는 불만이 높다.
망 무임승차 체제는 유튜브 등 외국계 사업자의 영향력과 우리 통신사의 절박함이 뒤섞여 빚어진 결과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은 인기 동영상 사이트로서 협상력이 막강했고, '을'인 통신사는 고객 만족도 향상이란 대의에 결국 망 비용을 떠안으며 외국계 서비스의 연결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는 작년 12월 '페이스북 대란'까지 일으켰다. SK브로드밴드(SKB)가 페이스북에 망 비용을 요구하다 협상이 결렬됐고, 이후 많은 SKB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이 느려지거나 끊기는 장애를 겪은 것이다.
공짜 망 사용을 둘러싸고 업계와 소비자의 여론이 악화하지만,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당장 개입할 방법이 없다'고 난색을 짓고 있다.
IT 업체 간의 망 사용료 계약에 정부가 뛰어들어 과금을 유도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국내외 사례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IT 기업의 역차별 해소와 관련해 여러 논의를 하고 있지만, 이 사안은 단기적 처방이 아닌 장기적 접근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계에서는 외국계 사업자에 대한 요금 미부과를 전기통신사업법의 '금지행위'(차별적 거래조건)로 해석하면 정식 시정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실은 최근 보도자료에서 "유튜브 등이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전기통신사업법의 취지를 어기는 것"이라며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규제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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