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당 일각 '2019년 3월29일에 브렉시트 못박지 말라' 요구
브렉시트 대비 '대폐기법안' 심의서 총리에 저항 기류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여당 일각에서 2019년 3월 29이라 못 박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점을 열어놓지 않으면 브렉시트에 대비한 핵심 법안에 반대하겠다고 테리사 메이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영국 하원은 14일 '대폐기법안'(Great Repeal Bill)을 놓고 법안 조문들을 심의하고 의원 또는 각 정당이 제출한 수정안들을 표결하는 단계를 시작했다.
법안은 ▲1972년 유럽공동체법을 폐기하며 EU 법을 영국 법으로 전환하고 ▲EU를 떠난 뒤 적절히 작동하지 않는 법들의 교정(correction)을 위해 일시적인 행정입법 권한을 부여하면서 EU 탈퇴 협정을 반영하기 위한 국내 법 개정을 허용하고 ▲EU법에 따라 만들어진 공통의 영국 체계들을 영국 법에 복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자치의회에 대폐기법안에 담긴 절차에 대한 거부권을 부여하는 수정안은 전날 표결에서 반대 318표, 찬성 52표로 부결됐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 일각에서 브렉시트 시점을 2019년 3월 29일 밤 11시로 설정한 대폐기법안에 반대하는 제1야당인 노동당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수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대 15명의 여당 의원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의 명단을 실었다.
명단에 오른 검찰총장 출신의 도미니크 그리브 의원은 브렉시트 협상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경우 영국 정부의 손에 족쇄를 채우는 꼴이라며 날짜를 특정하는 것은 "미친" 방안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명단에 오른 또 다른 의원인 애나 수브리도 "명단에 나온 누구도 브렉시트를 연기하려거나 좌초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모두에게 좋은 브렉시트를 원하는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브렉시트 협상 영국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은 지난 13일 의회에서 브렉시트 협상 최종 합의안을 이행하기 위한 정부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하원이 이 법안에 대한 표결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법안은 '받을 것인지 아니면 떠날 것인지'를 결정하는 성격으로, 의회가 법안을 거부하면 2019년 3월 29일 아무런 브렉시트 협정 없이 EU를 공식 탈퇴할 것이라고 데이비스 장관은 설명했다.
브렉시트 시점을 3월 29일로 못 박지 않고 열어놓는 수정안은 내달 표결될 예정이다.
이들 여당 의원이 반대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 메이 총리 입장에서는 브렉시트 대비 핵심 법안에서 중대한 첫 패배를 안는 셈이다.
이는 다른 요구들을 담은 수정안들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메이 총리에게 추가적인 양보를 압박하는 힘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런 상황은 지난 6월 조기총선에서 과반 상실로 입지가 크게 약화한 메이 총리를 끌어내리려는 여당 내 반란 세력의 움직임과 맞물릴 수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메이 내각은 올해 연말까지 대폐기법안에 대한 의회 입법 절차를 마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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