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수능보는데 지진나면?" 수험생 불안감 확산…'연기' 주장도
"현실적으로 연기는 힘들어…일부지역 연기는 공정성 훼손"…돌발연기 전례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5일 경북 포항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고 여진이 이어지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일부에서는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다음 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수능을 연기한 전례가 사실상 없는 데다가 이미 전국에 문제지가 배부되고 예비소집까지 마친 상황이어서 연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이날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수능 날 학교에 학생들이 가득 찬 상황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정말 큰일 아니냐"면서 수능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아 올라왔다.
특히 지진으로 외벽 등에 손상이 간 학교 사진이 공유되면서 누리꾼들과 수험생들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1993년 수능이 시행된 이래 돌발상황에 따라 시험이 미뤄진 적은 없다.
수능이 연기된 적이 2번 있기는 하다. 2005년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그해 수능(2006학년도)이 애초 11월 17일에서 23일로 늦어졌고, 2010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문에 11월 11일에서 18일로 수능이 연기됐다.
다만 두 차례 다 연기하기로 이미 연초에 일찌감치 확정한 것이어서 실제 수능이 미뤄진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2009년에는 신종플루가 확산하면서 일각에서 수능연기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정부는 예정대로 수능을 치르되, 신종플루 확진·의심 수험생 분리 시험실을 설치하고 시험장마다 의사를 배치하는 등 방식으로 대처했다.
교육부는 일단 포항을 포함해 전국에서 예정대로 수능을 치른다는 방침이다.
고사장 피해가 심각해 수능을 치를 수 없다고 판단되면 지역별로 마련해 둔 예비시험장을 이용할 계획이다.
시험을 연기하면 학생들 사이에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데다가, 공정성 논란 때문에 일부 지역만 시험을 미루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국으로 문제지가 배부된 데다가 예비소집까지 마친 점도 예정대로 수능을 치르자는 쪽에 힘을 싣는다.
수능시험 도중 지진이 발생하면 규모와 발생시간·장소 등이 즉시 통보되며 전국 85개 시험지구별 대처단계가 고지된다.
진동이 경미한 '가 단계'에서는 중단 없이 시험을 계속 보는 것이 원칙이다.
'진동이 느껴졌으나 안전은 크게 위협받지 않은 상태'인 '나 단계' 때는 책상 밑 대피 후 시험 재개,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다 단계' 시에는 운동장으로 대피하게 된다.
한편, 교육 당국의 대처지침이 지진 발생 시에도 시험장 밖으로 무단으로 이탈하면 시험포기로 간주하는 등 대체로 수험생 안전보다는 시험을 정상 진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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