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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미래? 연극·영화 같은 장르 구분 벗어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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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미래? 연극·영화 같은 장르 구분 벗어나야죠"

영국극단 1927 예술감독 폴 배릿, 애니메이션·연극 결합한 '골렘' 공연

유대인 골렘 신화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에 길든 현대 사회 풍자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공연에 애니메이션을 쓰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에 유머러스하게 접근할 수 있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진중한 이슈에 접근하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죠."

서울 LG아트센터에서 16일 개막하는 영국 연극 '골렘'은 배우들의 라이브 연기에 애니메이션과 라이브 음악을 결합한 독특한 방식의 공연이다. 라이브로 피아노가 연주되는 가운데 배우들이 무대 장치를 대신한 애니메이션 화면에 맞춰 연기하는 이 공연은 영국 극단 '1927'의 작품이다.

애니메이터 폴 배릿이 작가 수젠 앤드레이드와 함께 2006년 창단한 '1927'은 배우 애즈메이 애플턴,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릴리언 헨리가 합류하면서 애니메이션과 연극, 라이브 밴드가 결합한 스타일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1927'의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는 배릿은 14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애니메이션과 연극의 결합에 "환상적이면서도 현실 문제에 유머러스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우연이었죠. 수전은 연극 연출가 출신이고 저는 애니메이터로 각자 작품을 하고 있었어요. 일종의 퍼포먼스 아트로 시작했다가 애니메이션을 공연에 사용하면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애니메이션을 쓰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에 유머러스하게 접근하고자 합니다. 이런 방식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진중한 이슈에 접근하는 데 효과적이죠."

'1927'은 주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을 해왔다. 2010년 초연작 '동물과 아이들이 거리를 점거하다'는 빈부 격차를, 최근작 '페트루슈카'는 권력과 조종의 문제를 다룬다.



'골렘' 소개 영상[LG아트센터 제공][https://youtu.be/4x0aCxi4lBQ]


이번에 공연하는 '골렘'(golem)은 유대교의 랍비가 만든 점토 인형이 생명을 얻는 이야기인 유대인의 골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주인공 '로버트'가 어느 날 말하는 점토인형 '골렘'을 갖게 되면서 송두리째 일상이 바뀌는 이야기를 통해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 길든 현대 사회를 풍자한다.

배릿 감독은 "골렘은 아이폰 같은 현대의 기술에 대한 메타포"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기술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누가 사용하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술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생산, 소비하고 통제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고 이것이 자본주의 병폐와 맞물린다고 생각합니다. '골렘'은 기술을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는 작품입니다."

작품의 애니메이션은 배릿 혼자서 일일이 손으로 그린다고 한다. 골렘이 움직이는 장면은 점토로 진짜 인형을 만든 뒤 걷고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완성됐다.

배릿 감독은 "극단 창단 이후 기본적인 작업 방식은 변화 없이 계속하면서도 점차 확장·발전시켜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을 이용하되 작품마다 독특한 미학적인 발전을 추구해왔죠. 신작 '페트루슈카'에서는 서커스 요소도 도입했죠. 창단한 지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는 다양한 모든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계속 새로운 방식, 기술의 사용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연극에 환상적인 느낌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는 역할을 한다.

"애니메이션의 사용으로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연극의 다른 요소를 끊임없이 상기시켜 라이브 공연을 보고 있다는 느낌도 들죠. 애니메이션을 사용할 때는 클로즈업 같은 영화적 방식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 연극을 보는 많은 관객이 '꿈결 같다'는 감상을 말하는데 모든 작품을 통해 꿈꾸는 듯한, 꿈결 같은 요소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무대 장치를 대신하다 보니 배우들은 애니메이션의 장면 전환에 맞춰 연기해야 한다.

"함께 극단을 창단한 수젠이 연기를 지도·연출하는데 어떻게 보면 반쯤은 안무에 가까운 형식입니다. 배우들이 정해진 틀에 맞추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서 (애니메이션에) 딱 맞게 끌어내는 게 중요하죠. 관객이 보기에는 모든 게 수월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은 리허설을 통해 수많은 층을 쌓아간 연기라고 할 수 있죠."

배릿 감독은 애니메이션에 맞추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배우들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연기를 펼치면서 독특한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며 "짜인 안무를 따라 하는 것 같은 연기지만 동시에 새로운 해방감을 찾아가는 연기 방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영국 신문 '이브닝스탠더드'는 '골렘'에 대해 "연극의 미래"(the Future of theatre)라는 평을 하기도 했다. 배릿 감독이 생각하는 연극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연극이나 영화, 오페라 같은 장르의 범주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작업도 춤과 오페라, 영화 요소를 망라하는 하이브리드(변종)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작업은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고 미래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제작 방식이 가능해 질 겁니다. 애니메이션만 해도 현존하는 기술로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도 있고 원하는 곳에서 상영할 수 있게 됐어요. 미래는 우리에게 활짝 열려 있습니다."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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