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판 와인스틴?…伊배우 10명 "브리치 감독이 성학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유명 영화감독이 성희롱 추문에 휩싸이며 '이탈리아판 와인스틴'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이탈리아 방송인 '이탈리아 1'의 심야 쇼 프로그램인 '레 이에네'는 영화감독 겸 작가인 파우스토 브리치(48)가 여배우 10여 명으로부터 성희롱을 했다는 지목을 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배우 출신의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인 디노 자루소는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파문 이후 이탈리아 영화 산업에서의 성 학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여배우 등 30명을 인터뷰 한 결과 이 중 10명이 브리치 감독으로부터 과거 부적절한 성적 학대를 당했음을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브리치 감독은 첫 장편 영화 '시험 전날 밤'(2006년)으로 큰 성공을 거둔 뒤 '애프터 러브'(2009년), '남자 대 여자: 섹스가 문제다'(2010년) 등 특히 코미디 영화로 두각을 나타내온 인물이다.
피해를 진술한 여성들은 브리치 감독이 오디션을 빙자해 사적인 장소로 초청해 자신들 앞에서 옷을 벗고, 그의 옆에 강제로 눕게 하는가 하면 성기를 만지게 하거나 면전에서 자위 행위를 했다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이들 대부분은 익명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나 전 미스 이탈리아인 클라리사 마르케세, 모델 알레산드라 줄리아 바시는 실명으로 피해 사실을 밝혔다.
성적 학대를 당한 직후에 왜 곧바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들 상당수는 수치심을 느꼈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일부는 브리치와 법정에서 다툴만한 돈이 없었다고 응답했다. 영화 산업에 정통한 내부자로부터 브리치 감독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침묵을 지켰다고 설명한 사람도 있었다.
브리치 감독은 자신을 겨냥한 이날 방송이 전파를 탄 이후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살아오면서 합의되지 않은 강제적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또 자신에게 성적 학대를 주장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와인스틴에게 20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하며 와인스틴의 성추문 폭로에 불을 지핀 주인공 중 하나인 이탈리아 배우 겸 영화감독 아시아 아르젠토는 브리치 감독의 이런 반응에 대해 "전부 다 고소해보시라. 우리를 두려워하도록 만들 수 없다"는 트윗을 날렸다.
아르젠토의 아버지인 이탈리아 호러 영화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에 따르면 와인스틴이 이스라엘 정보 기관 모사드 출신 등의 사설 탐정을 고용해 성추문을 폭로한 여배우들의 뒤를 캐고 다녔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아르젠토는 자신과 아이들의 안위에 위협을 느끼며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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