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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녀평등' 문법·철자법 논쟁…학술원 "불어에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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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녀평등' 문법·철자법 논쟁…학술원 "불어에 치명적"

초교 교과서에 반영되자 언어전통주의자-페미니스트 간 논쟁 촉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프랑스에서 '성중립' 맞춤법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13일 AFP통신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성중립 철자법인 '포괄적 맞춤법'(Ecriture inclusive)은 남성 중심의 프랑스어 문법과 철자법을 바꿔 글쓰기에서 남녀평등을 이루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프랑스어 명사는 성(性)과 수를 구분하고, 일반적으로 남성 명사에 특정 어미를 붙여 여성형으로 만드는데, 남성형 명사가 여성형보다 우선한다.

예컨대 남성 한 명과 여성 한 명을 묶어 '친구들'이라고 표현할 때 '친구'의 남성형(ami)에 복수형 어미인 's'를 붙여 'amis'라고 쓰며, 여성형 복수(amies)는 친구들 중에 남성이 없을 때만 사용한다.

성중립 철자법은 가운뎃점을 이용해 남성형과 여성형을 함께 표기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친구들'은 항상 'amiㆍeㆍs'로 표기하게 된다.

이 새로운 방식은 처음에는 학계와 정치권 일부에서만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 한 초등학교 교과서에 반영되면서 언어 전통주의자들과 페미니스트 현대화주의자 간에 논쟁이 촉발됐다.

현지 최고 권위의 프랑스어 수호기관인 프랑스학술원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최근 성명을 내고 "이 '포괄적' 일탈 앞에서 프랑스어는 치명적인 위험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이 새로운 방식은 읽고 쓰기 어렵다면서 "국가는 미래 세대에게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장-미셸 블랑케 교육부 장관도 "프랑스어에 대한 반복되는 공격"이라며 새로운 표기법에 반대했다.

그러나 한 프랑스 페미니스트 운동가는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언어의 진보와 새로운 발전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발전에 저항하고 여성을 모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프랑스 교사 314명은 최근 온라인 잡지인 슬레이트 의견란을 통해 프랑스 문법은 성차별적이라면서, 이 같은 문법 체계는 17세기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언어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도입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반영해 현지 일부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내년부터 가운뎃점을 칠 수 있는 키보드를 판매할 예정이다.

AFP는 이번 논쟁은 미국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으로 시작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불거졌으나 새로운 이슈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중도좌파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직업명에 여성형을 도입하려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다.

2015년 프랑스 국가기관인 성평등최고위원회도 남성형 어미의 압제를 몰아내야 한다면서 성중립적 언어를 장려한 바 있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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