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최은영, 김이설 등 여성작가 7인 단편소설 묶어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올 한 해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에 가세해 조 작가를 비롯한 젊은 여성작가 7인이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을 묶어 '현남오빠에게'(다산책방)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표제작 '현남오빠에게'(조남주)와 '당신의 평화'(최은영), '경년'(김이설), '모든 것을 제자리에'(최정화), '이방인'(손보미),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구병모), '화성의 아이'(김성중) 등 7편이 담겼다.
특히 조 작가의 '현남오빠에게'는 '82년생 김지영'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그 안에 담은 문제의식이 날카롭다.
이야기의 화자는 대학 신입생인 스무 살 때부터 10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 '현남'에게 이별을 통보하며 그동안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어떻게 보이지 않는 폭력을 휘둘렀는지 폭로한다. 다섯 살 많은 남자친구 현남오빠는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여자친구를 보호하고 돕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연인 관계에서 항상 모든 일을 주도하려 하고 여자친구를 자신의 소유물이나 부속품쯤으로 여긴다. 식당에서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대학 때 수강신청, 이사할 때 방을 보는 일, 진로와 직업 선택, 친구 관계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 결국 주인공은 현남오빠가 만든 감옥 안에 갇혀 자신이 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의존형 인간이 됐음을 깨닫고 이를 벗어나기로 마음먹는다.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 사람 하나 바보 만들어서 마음대로 휘두르니까 좋았니? 청혼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이제라도 깨달았거든, 강현남, 이 개자식아!"(소설 '현남오빠에게' 중)
13일 마포구 다산북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남주 작가는 "전에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취재작가 일을 할 때 가정폭력 문제를 다룰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 만난 피해 여성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있고 경제력이 있는데도 결혼 초기부터 가정폭력을 겪어왔더라. 왜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며 "피해자들이 왜 그 상황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가를 고민하며 소설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성들이 이제 (자신의 얘기를) 말하기 시작한 것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당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말하게 됐는데, 문제에 대한 인지가 있으면 그 이후 고민의 진행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더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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