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 비판받는 필리핀 두테르테 "세계 인권 정상회의 열자"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마약과의 유혈전쟁'으로 인권유린 비판을 받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세계 인권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11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들에게 필리핀에서 모든 정부의 인권침해를 논의하는 인권 정상회의를 열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진심이냐'는 질문에 "먼저 다른 국가 정상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에서는 계속되는 폭탄 투하로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이 죽고 있다"며 미국, 프랑스, 러시아가 이런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이 자신과 필리핀 정부에 쏠리는 것을 한탄한 점에 미뤄볼 때 인권 정상회의를 통해 비난의 화살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번 주 APEC 정상회의와 뒤이어 필리핀에서 개최되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때 각국 지도자들이 필리핀의 인권유린을 문제 삼을 것을 요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의 마약 유혈소탕전에 비판적인 제임스 맥거번 미국 하원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미 의원 2명에 대해 필리핀 입국 금지 조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났을 때 마약용의자 초법적 처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을 촉구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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