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40년에 총 5만시간…자원봉사 여왕 김말덕씨
전국서 두번째 기록…적십자사 창립 112주년 기념식서 표창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남을 돕는 게 마냥 좋아서 하는 자원봉사인데 다들 열심히 한다고 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달 대한적십자사가 인정하는 부산의 첫 5만시간 자원봉사자인 김말덕(74·여) 씨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김씨는 1978년 3월 28일 부산 부산진구 적십자봉사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자원봉사를 시작해 햇수로 40년째 남을 돕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자원봉사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집 근처의 부산진여자실업고교에서 야학 학생을 위한 라면 급식을 돕던 삼십대 주부가 이제 칠순 할머니가 됐다.
그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말에도 거르지 않고 매일 저소득 환자 치료비 모금과 장애인 및 독거노인 복지지원 등의 활동을 왕성하게 펼쳤다.
자원봉사를 5만시간이나 했다는 것은 하루 24시간을 꼬박 매달린다고 했을 때 5년하고도 7개월이 더 걸리는 엄청난 기록이다. 김씨의 5만시간 기록은 전국에서 두번째다.
김씨는 하루 중 남는 시간에 자원봉사를 한 게 아니다. 사실상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자원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남편 김영찬 씨가 한국전력에 근무하면서 비교적 안정된 가정이었지만 남편이 간 경화와 식도정맥류로 투병 생활을 하면서 시련이 찾아왔다.
김씨는 11년 동안 남편을 병간호하면서도 자원봉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1994년 남편과 사별하고 3남매를 홀로 키우며 자원봉사를 계속했다.
생계를 책임지려고 야간 업소에서 밤새 주방일을 하고 새벽에 겨우 퇴근해도 일주일에 최소 6일은 낮에 자원봉사를 했다. 자원봉사를 하려고 때론 잠도 줄였다.
월요일은 무료급식 봉사, 화·수·일요일에는 헌혈센터에서 혈액원 헌혈 준비를 도왔다. 목요일은 적십자사 봉사센터에서 장애인 전화상담, 금요일은 독거노인 등을 위한 목욕봉사가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2011년 6월 길에서 고등학생들과 부딪혀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뇌수술을 받은 이후로 헌혈의 집 서면센터와 부전센터를 오가며 헌혈준비 등을 돕는 활동만 하게 됐다.
당시 학생들이 마음에 부담을 가져 공부를 못 하게 될까봐 그 부모들에게 치료비를 달라는 소리도 제대로 못 했다.
김씨는 2013년 11월 인제대 의대가 발급한 시신기증등록증을 항상 휴대하고 다닌다. 마지막까지 남에게 더 베풀기 위해서다.
김씨는 "사랑하는 남편과 사별한 이후 우울증이 올까봐 자원봉사에 더 매달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좋아하고 기뻐서 하는 게 자원봉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70년 넘게 살아보니 걱정이나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사는 길이 자원봉사였다"며 "언제 어디서나 내 마음은 부자"라고 말했다.
부산적십자사는 오는 16일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대한적십자사 창립 제112주년 기념식 및 유공봉사자 시상식을 열고 김씨에게 '봉사시간 표창'을 수여한다고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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