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통합시장 이승훈 불명예 퇴진…역대 청주시장 중 처음
선거자금 축소 신고·정치자금 증빙서류 미제출 모두 유죄 확정
대법원 "컨설팅비라고 주장하는 미신고 비용, 명백한 선거비용"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옛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으로 출범한 현 통합 청주시의 초대 수장이었던 이승훈 청주시장이 임기 내내 자신을 옥죄던 '정치자금법 굴레'를 벗지 못하고 결국 중도퇴진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역대 청주시장 가운데 중도에 낙마한 것은 이 시장이 처음이다.
1·2심에서 연거푸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그는 혐의를 벗고자 고군분투했지만, 대법원 판단도 이전 재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시장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마치고 선거비용으로 약 1억800만원을 썼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선거홍보를 대행했던 기획사 대표 A(37)씨가 이 시장에게 애초 요구했던 선거용역비가 3억1천만원인 점을 토대로 선거비용 신고 과정에서 정치자금 부정수수, 선거비용 회계 허위보고, 정치자금 증빙서류 미제출 등 위법 행위가 이뤄졌다며 이 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시장 취임 1년 8개월여 만의 일이다.
이 시장은 자신이 신고한 선거비용과 A씨가 제시한 선거용역비 간 차액에 대해 A씨에게 1억2천700만원을 뒤늦게 지급했는데 이는 컨설팅 비용이어서 회계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나머지 7천500만원은 A씨와 정산 과정에서 감면받은 '에누리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에누리 금액' 대해 이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요구한 전체 비용에 과다 책정된 부분이 있어 협의 과정에서 감액 조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A씨에게 뒤늦게 지급한 1억2천700만원 중 8천700여만원은 회계보고에서 누락된 선거비용으로 보고 선거자금 축소 신고 혐의에 따른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나머지는 증빙서류가 첨부되지 않은 정치자금에 해당한다며 별도로 벌금 100만원을 추가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선거자금 축소 신고 혐의 관련 형량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이 시장과 A씨간 선거비용 정산 시점을 기초해 '에누리 금액'도 선거에 사용한 정치자금으로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정에서 "양측에서 오간 문건을 비롯해 원심과 당심에서 채택된 증거를 종합하면 선관위에 회계보고를 하기 전 이미 3억1천만원에 선거용역비 정산이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미지급된 7천500만원도 이 시장이 부정수수한 정치자금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시장은 회계담당자에게 모든 걸 맡겨놔 문제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공모 사실이 인정된다"며 "정치자금법 입법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범행을 하고도 이를 은폐하려 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중형을 내린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대법원 상고로 시장직 유지의 마지막 희망을 건 이 시장은 A씨가 요구한 선거비용이 특수를 노려 지나치게 부풀려졌고, 그중 상당액은 컨설팅 비용이어서 회계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자 다른 출마자들의 회계보고서를 참고자료로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동분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고, 이 시장의 그간 노력은 모두 수포가 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컨설팅 비용은 후보자의 당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지가 뚜렷한 활동에 쓰였으므로 신고의무가 있던 선거비용에 해당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선출직 공무원에게 정치자금법상 선거자금 허위 회계신고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이 법에 따라 이 시장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현시점부터 시장직을 내놓게 된다.
통합 청주시 초대 시장이라는 영광과 첫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명을 동시에 안게 된 셈이다.
검찰 수사가 개시된 때부터 따지면 이 시장이 수행한 임기 3년 4개월 동안 정치자금법 굴레에서 자유로웠던 기간은 취임 직후부터 1년 정도에 불과하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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