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우디, 예멘 봉쇄 안 풀면 극심한 기근"
"구호물자 전달 전면 중단돼…수백만명 목숨 위협"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유엔은 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동맹군이 예멘에 대한 봉쇄를 풀지 않으면 대규모 기근으로 수백만 명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고 경고했다.
마크 로콕 유엔 인도지원조정국(OCHA) 국장은 "구호물자 수송을 위해 국경을 다시 열지 않으면, 전 세계는 수십 년래 가장 큰 규모의 기근을 보게 될 것이며 그 피해가 수백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로콕 국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예멘 위기에 대해 비공개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연료와 음식, 다른 긴급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모든 항구에 즉시 접근할 수 있도록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사우디 주도 동맹군이 더는 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확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콕 국장은 안보리 브리핑에서 반군 점령지인 수도 사나와 정부군 점령 도시 아덴에 각각 유엔 긴급구호 항공편 진입이 재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멘에서는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정부와 후티족 시아파 반군의 갈등으로 2014년 내전이 발발, 3년째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내전은 2015년 3월 사우디의 '정적' 이란에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의 확장을 막기 위해 사우디가 이끄는 수니파 동맹군이 개입한 이후 더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
수니파 아랍권이 예멘의 영공과 주요 항구를, 시아파 반군이 수도 사나의 주요 도로를 봉쇄한 상태에서 양측은 치열한 공습과 지상전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사우디 주도 동맹군이 지난 4일 시아파 반군이 쏘아 올린 탄도미사일을 수도 리야드 공항 인근에서 격추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6일 항공, 육로, 항구 등 예멘 국경을 전면 봉쇄하면서 구호물자 수송이 중단됐다.
예멘에서는 내전으로 지금까지 약 1만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국민 대다수가 긴급구호를 필요로 하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놓여있다.
유엔에 따르면 예멘 내전으로 700만 명이 아사 위기에 처했으며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1천700만명에 대한 식량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월 이후 콜레라가 창궐해 최근까지 약 2천100명이 숨졌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약 90만명이 콜레라에 걸렸다고 전했다.
국제적십자사는 지난 7일 콜레라 예방약을 전달하려 했지만 예멘 북부 국경에서 가로막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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