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트럼프와 '위대한 한미동맹' 확인하고 대북공조 다져
한미 정상 사상 최초 '캠프 험프리스' 동반 방문
정상간 신뢰 다지고 대북공조에 이견 없음 재확인
38년 묵은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첨단무기 획득·개발 추진
한미FTA 개정 등 교역 문제는 원론적 수준에서 언급
트럼프, '코리아 패싱' 일축하고 文대통령은 '균형외교' 설명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7∼8일 우리나라를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긴밀한 대북공조를 재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1박 2일간의 짧은 방문이었으나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끈끈한 유대감을 과시하며, 정상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상 간 돈독한 신뢰'를 쌓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방한 기간 문 대통령과 우리나라를 상당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려했던 돌출발언이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요구 등 강한 통상압박도 거의 없었다.
오히려 국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코리아 패싱'(한반도 주변 국제 이슈를 논의할 때 한국이 소외되는 상황) 우려에 대해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다"며 일축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과 국회 연설문에도 우리 정부의 입장이 상당 부분 녹아들어 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의 평화적·항구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코리아 패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며 영어로 "So far so good(지금까지는 잘 됐다)"이라고 평가했다.
◇ 양 정상간 '찰떡궁합' 확인…대북공조도 '이견 없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조우는 청와대가 아닌 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서 이뤄졌다.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 기지로, 전체 기지 건설 비용 약 100억 달러의 92%를 한국 정부가 부담해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불리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고자 방한 첫 일정으로 캠프 험프리스를 찾았고, 문 대통령 역시 양국 간 탄탄한 대북공조를 재확인하기 위해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미 장병 앞에 서서 "한미동맹은 '포괄적 동맹'을 뛰어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했다"고 역설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단순한 동맹국 그 이상"이라며 "우리는 전쟁에서 나란히 싸웠고 평화 속에서 함께 번영한 파트너이자 친구"라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사상 처음으로 캠프 험프리스를 함께 방문한 데 이어 8일 오전 DMZ(Demilitarized zone·비무장지대)를 공동 방문하기로 했으나, 기상악화로 한미 양국 정상의 첫 DMZ 공동방문은 아쉽게도 불발됐다.
이처럼 한미동맹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준 양 정상은 회담에서도 대북공조에 이견이 없음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북한의 어떠한 추가 도발도 한미동맹의 확고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을 경고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할 경우 북한에 더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로 이어질 것임을 재확인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 군사옵션이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됐으나, 실제 정상회담에서 군사옵션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군사옵션의 언급을 자제한 데 이어 국회 연설에서도 북한에 대한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면서도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대화의 문도 열어놓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그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강조하고,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역설해온 문 대통령을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38년 미사일 족쇄 풀려…핵추진 잠수함·정찰자산 등 도입 추진
한미 양국은 긴밀한 대북공조를 확인한 데 이어 우리 군의 자주적 방위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우리 군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기로 했다. 1979년 한미 미사일 지침이 제정된 이후 우리 군의 미사일에는 '사거리 800㎞, 탄두 중량 500㎏'이라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2017년 11월 7일부로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이 해제됨에 따라 사거리 800㎞만 넘지 않으면 탄두 중량에는 제약을 받지 않게 됐다.
이와 함께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를 확대하고 우리 군이 미국의 첨단무기를 획득·개발하기 위한 협의를 즉시 진행하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첨단 전략자산 획득·개발 대상에는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한 부분도 있고, 최첨단 정찰자산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미국의 첨단무기를 획득·개발하기로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종료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군사자산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장비들을 주문할 것이고 이미 승인이 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첨단무기를 대량 구매함으로써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을 해소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합리적 수준으로 방위비를 분담함으로써 동맹의 연합 방위 태세와 능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는 데 합의했다.
또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증진하고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다만, 한미일 안보협력이 3국 간 군사동맹으로 발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난제' 예상했으나 싱겁게 끝난 한미 FTA
애초 한미 FTA 개정 요구 등 양국 간 교역 문제는 북핵 대응과 함께 이번 정상회담의 양대 의제로 거론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앞서 방문한 일본에서 교역 불균형 해소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우리나라에도 강한 통상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회담장에서는 한미 FTA 개정을 비롯한 교역 문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되는 데 그쳤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여러 번 언급했던 한미 FTA '폐기'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제 관련 논의가 있긴 했으나 북핵 문제와 비교하면 매우 비중이 작았다"며 "미국 측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각종 자료와 논리를 단단히 준비해 들어갔는데 막상 짧게 끝나버리고 나니 허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한미 FTA와 관련해 "지금 현재 협정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는 그렇게 좋은 협상은 아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만 말했다.
또 약 33분간 이어진 국회 연설에서는 '한미 FTA'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양국 간 교역 문제를 거론한 대목은 "공정성 및 호혜의 원칙에 따라 양국 간 통상관계를 개선하는 부분에서 생산적인 논의를 가졌다"는 문장뿐이었다.
◇트럼프의 '코리아 패싱' 일축…文대통령의 '균형외교' 설명
정상회담 종료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의외의 소득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다(There will be no skipping South Korea)"며 '코리아 패싱' 우려를 일축해준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리아 패싱이 없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가'라는 한국 취재진의 물음에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라면서 이같이 답변했다.
이어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과도 매우 큰 우애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며 "이분들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이분들도 저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단골 소재로 활용해온 '코리아 패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그 가능성을 일축함에 따라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힘을 더 받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균형외교 발언과 관련한 일각의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균형외교를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중 균형외교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하려는 것'이라는 오해를 불식하고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균형외교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미국과 중국은 각각 역할이 있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에 동참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국제적 외교와 압박이 성공을 거둬서 언젠가 국면 전환이 이뤄질 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고, 또 그 대화를 통해 북한 핵의 동결과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핵 폐기에 이를 때까지 미·중의 긴요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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