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숨을 못쉬겠다"…기준치 40배 초미세먼지에 덮인 뉴델리
주 정부, 부분 휴교령…마스크·공기청정기 판매 급증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우리라고 이처럼 지독한 오염이 익숙할 리가 있습니까. 숨쉬기도 어렵습니다."
8일로 이틀째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최대 40배에 이르는 초미세먼지에 덮인 인도 뉴델리 시내에서 만난 주민 랄리트 달랄(24)은 연합뉴스 기자가 대기오염에 관해 묻자 "아침에 조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최근 며칠은 너무 숨이 차 중단했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뉴델리는 전날 북서부 델리공대 인근에서 PM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천㎍/㎥로 세계보건기구(WHO) 일평균기준치인 25㎍/㎥의 40배를 기록하는 등 자욱한 스모그에 휩싸였다.
8일에도 오전 8시 기준 남서부 R.K 푸람 지역 PM2.5 농도가 570㎍/㎥로 측정되는 등 뉴델리 시내를 둘러싼 스모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델리 주 정부가 전날 저녁 황급히 관내 공립학교와 정부지원을 받는 학교 등에 유치원생부터 5학년까지 저학년 학생들을 8일 하루 등교시키지 말고 교사만 출근하라고 명하면서 이날 오전 델리 시내 교통은 평소보다 다소 한산했다.
다만 델리 주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사립 국제학교들은 정상적으로 학생들을 등교시켰기에,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아메리칸엠버시스쿨이나 브리티시스쿨 앞에는 마스크를 낀 학생과 부모들이 많이 목격됐다.
브리티시스쿨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40대 이스라엘 출신 남성은 건물 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 "지난해부터 오염이 심해진 것 같다"면서 "마스크만 쓸 뿐이지 우리가 어쩌겠는가"고 한탄했다.
필터가 달린 마스크를 쓰고 브리티시스쿨 앞에서 차량통제를 하던 직원 라베시 쿠마르(24)는 "온종일 밖에서 일하기에 학교로부터 마스크를 받지 않았다면 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는 판매가 급증했다.
뉴델리와 인근 구르가온 등에 매장을 두고 가격이 2천200루피(3만8천원)에 이르는 고가 방진마스크를 판매하는 아틀란타헬스케어의 직원 디비아는 "하루 200여개 정도 팔리던 마스크가 요며칠 사이에는 하루 500개로 늘었다"면서 "캐나다 대사관 등에서 대량구매 주문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델리 경찰도 최근 교통경찰들에게 방진 마스크 1만 개를 지급했다.
하지만 뉴델리 거리에서 마주친 주민 대다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겨우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채 거리를 다니고 있었다.
직장 때문에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 4달전 뉴델리로 왔다는 잠셰드 바그와가르(23)는 코와 입을 손수건을 둘러 막은 채 "고향에 비하면 뉴델리 공기는 심하게 나쁘다"면서 "손수건이라도 두르면 좀 보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얼굴을 감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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