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평택 미군기지 함께 가 '동맹' 과시한 한미 정상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찾아가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5년 만에 국빈 방한한 미국 대통령인 만큼 높은 수준의 의전과 예우가 예상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미군기지까지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하리라고 생각한 국민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의 '파격적인 영접'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얼마나 중요하게 받아들이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이자 동맹국인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이런 결정을 했을 것 같다. 캠프 험프리스는 주한미군의 육군 기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 첫발을 디딘 오산 공군기지와 인접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 12시 18분께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편으로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곧바로 전용헬기인 마린원에 탑승해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했고, 문 대통령은 미리 캠프 험프리스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다.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은 1992년 1월 5일 '아버지 부시'인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이후 25년 10개월 만이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서울공항에서 정원식 국무총리가 영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국빈방문한 미국 대통령을 공항까지 나가 영접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외교부 장관이나 총리가 공항에서 영접하는 것이 관례였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캠프 험프리스까지 가서 맞은 것은 그런 맥락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한미 정상이 함께 주한 미군 기지를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 험프리스에서 장병들과 오찬을 함께 한 뒤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으로부터 기지 상황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연합방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평택기지는 한미 연합방위력의 중심"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과 환영 만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최고 수준의 예우와 격식으로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를 태운 승용차가 청와대 부근 사랑채 앞 분수광장에 도착하자 70여 명의 장병으로 구성된 취타대와 전통 의장대가 귀빈을 환영했다. 이어 공식 환영식이 열린 청와대 대정원까지 식전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청와대 본관 현관 앞에서 한미 양국 어린이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양국 대통령 부부가, 도열한 전통 기수단을 통과해 대정원 단상에 올랐을 땐 미국 대통령 전용 공식 입장곡인 'Hail to the Chief'가 울려 퍼졌다.
경찰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차량이 이동하는 도로와 청와대 주변에서 물샐틈없는 경호·경비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반대하는 '노(NO) 트럼프 공동행동', 찬성하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등이 광화문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 인도 등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은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경호·경비로 불상사를 막았다. 특히 광화문광장 주변에는 철제 펜스와 차벽을 설치해 '노 트럼프 공동행동'의 청와대 방면 행진을 제지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외국 국가원수가 방한할 경우 대통령 경호처는 특정 구역을 '경호구역'으로 지정해 집회·시위와 일반 시민의 통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경찰의 시위대 제지는 합법적이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였던 것 같다. 하지만 '노 트럼프 공동행동'은 심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 주변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권리라고 하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아쉬움이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북한 핵 문제를 문재인 대통령과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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