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재정지원 사업비는 대학 '쌈짓돈'?…52억원 부정적 집행

대학재정지원 사업비는 대학 '쌈짓돈'?…52억원 부정적 집행

감사원 적발…뮤지컬 관람·다이어트 지원프로그램에 사용한 사례도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정부의 각종 대학재정지원 사업비가 대학교의 '쌈짓돈'처럼 사용된 사례가 줄줄이 적발됐다.

대학들은 국고지원금을 학습지도안 개발비로 교원들에게 나눠주거나 전자저널 구입비, 다이어트 지원프로그램, 공무원합격자 축하 플래카드 제작에까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CK(대학특성화)사업비' 7억3천만 원, 'CORE(대학 인문역량강화)사업비' 3억8천만 원, 'SCK(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비' 1억7천만 원이 부적정하게 집행됐으며, 'PRIME(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사업비' 39억6천만 원이 투입된 건설공사계약이 잘못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교육부가 한국연구재단에 위탁한 총 4개 재정지원사업, 52억여 원의 집행에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대학재정지원사업 집행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7일 공개했다.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에 지원하는 국고지원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1조8천억 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재정이 악화된 대학들이 지원금을 사업목적과 상관없이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총괄하는 교육부와 교육부의 위탁을 받은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등 4개 사업전문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24개의 위법·부당·제도개선 사항을 적발해 2건에 대해 주의를 요구하는 등 처리했다.





먼저 'CK(대학특성화)사업'의 사업비 부적정 집행 사례를 보면 A대학은 2014년 7월 CK사업 대상으로 지정돼 사업을 수행하면서 '국제어강의 교안(학습지도안)개발'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국제어로 정규수업을 한 학점을 기준으로 1학점당 40만 원을 교원에게 지급했다.

감사결과 2014년 2학기에 개설된 '일반물리학2'의 국제어강의 교안과 똑같은 교안으로 교원 5명이 개발비 600만 원을 중복해서 받는 등 총 256건의 동일한 교안에 대해 개발비 3억3천여만 원이 중복으로 집행됐다.

아울러 교원 25명이 교육콘텐츠 제공업체의 공개 콘텐츠를 다운로드받거나 국제어 원서 교재 내용 일부를 발췌·편집하는 등 방법으로 만든 교안 36건에 대해서도 개발이 3천900여만 원이 지급됐다.

감사원은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에게 "동일·부실 교안에 대해 사업비를 집행한 A대학에 대해 총 3억8천여만 원의 환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해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CORE(대학 인문역량강화)사업'을 수행하는 3개 대학에서 사업비 운영지침 등을 위반해 사업비 7억3천만 원을 부적정하게 집행한 사례를 확인해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에게 환수 등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B대학은 '2016년 CORE 사업계획서'에 포함되지 않고,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관련도 없는 전자저널 'Science Direct'의 2017년 연간 구독료 6억1천여만 원을 CORE 사업비로 집행했고, C대학은 교내장학금으로 학생들에게 해외연수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는 CORE 사업에 선정되자 8천400만 원을 사업비로 지원했다.

D대학은 인건비 편성가능액(총사업비의 15% 이내)보다 4천만 원을 초과해 인건비를 집행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SCK(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을 수행하는 3개 전문대학에서 사업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1억7천여만 원을 부적정하게 집행한 사례를 확인해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에게 환수 등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이들 대학은 SCK사업비로 래프팅, 클라이밍, 승마 등 단순체험과 뮤지컬 관람, 심지어 다이어트 지원프로그램까지 운영했다.

또, 사업비를 전문대학교육협의회 특별회비로 쓰거나 대기업 취업자나 공무원합격자 축하 플래카드 제작, 대학취업률 홍보 플래카드 제작 등에 쓰기도 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PRIME(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사업'의 사업비 부적정 집행을 지적하고 고발조치를 요구했다.

인제대학교는 2016년 'PRIME사업' 지원 대학으로 선정돼 '바이오공학관 신축공사(추정가격 117억 원)'를 하면서 같은 해 12월 E건설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79억2천만 원으로, 이 가운데 50%에 해당하는 39억6천만 원을 국고에서 지원했다.

감사원은 인제대가 입찰업무를 진행하면서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지명경쟁입찰을 하고, 정보통신공사업 자격이 없는 E건설사의 입찰참여가 법령에 위반되는데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에게 "정보통신공사업을 등록하지 않고 정보통신공사업을 경영한 E건설사와 무자격업체에 공사를 도급한 인제대학교를 각각 고발조치하는 동시에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해 계약을 체결한 인제대학교에 대해 사업비 삭감·환수 등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인제대학교 총장이 계약업무를 부당처리한 담당자 3명에게 신분상 책임을 묻게 하는 등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덧붙였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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