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망' 구은수 前서울청장 첫 재판…"총괄책임자 아냐"
"여러 군데서 집회 진행…종로구청 상황은 기동본부장이 총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측은 법원에서 당시 시위를 통제하는 총괄 책임자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7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전 청장과 신윤균 전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단장(총경), 살수요원인 한모·최모 경장 등 전·현직 경찰관 4명의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는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4명의 피고인 중 구 전 청장만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서 홀로 법정에 나왔다.
구 전 청장은 별개 사건인 다단계 유사수신업체인 IDS홀딩스 측으로부터 경찰관 인사·수사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0일 구속된 상태다.
구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검찰은 구 전 청장을 '총괄책임자'라고 하는데 상당히 추상적"이라면서 "구 전 청장은 총괄책임자를 차장과 기동본부장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집회가 여러 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위급한 상황이 이어져 이를 신경 쓰고 있었고, 백씨가 쓰러진 종로구청 앞쪽 상황은 책임자가 따로 있다는 것이 구 전 청장 측 주장이다.
구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지휘관에 무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면서 "차장이나 본부장을 제외한 청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현장의 가장 가까운 책임 단계를 두 단계나 건너뛴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의 말에 고개를 여러 번 크게 끄덕이던 구 전 청장도 "당시 코리아나호텔 세종대로 쪽 상황만 폐쇄회로(CC)TV로 관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런 (위급한) 상황이 여러 군데에서 일어났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구 전 청장 측은 "당시 살수차 조작 요원들이 살수차 CCTV를 통해 계속 물살이 나가는데도 백씨가 밧줄을 당기는 걸 볼 수 있었느냐가 쟁점"이라면서 "해당 모니터 영상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구 전 청장 등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서 살수차로 시위 참가자인 백 농민에게 직사 방식으로 물줄기를 쏴 두개골 골절 등으로 이듬해 9월 25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구 전 청장과 신 총경에게 살수차 운용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업무상 과실이 있다며 재판에 넘겼다. 또 살수 요원이던 경장들은 살수차 운용 지침을 위반해 직사 살수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봤다.
이날 백씨의 딸 백도라지씨도 방청석에 앉아 이들의 재판을 지켜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 등을 맡은 형사합의22부의 김세윤 부장판사와 배석 판사 두 명도 '교차방청' 차원에서 법정을 찾았다. 교차방청이란 법관들끼리 재판을 서로 들어가 보고 법정 내에서의 언행이나 소송 관계인의 만족 여부, 충실 심리 여부 등을 체크하는 '법정 모니터링' 과정을 말한다.
한편 이날 다단계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중년 여성이 구 전 청장 출석 때 "살인범, 사기꾼 돈 받아먹은 쓰레기"라고 외치다가 퇴정당하기도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12월 19일 오전 10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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