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받는 푸지데몬 "카탈루냐 아닌 민주주의의 문제" 주장
英 가디언에 공개서한…"스페인서 공정한 재판 받을 수 있을지 의심"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벨기에에 체류 중인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스페인 정부가 자신과 자치정부 수뇌부를 겨냥해 "악랄한 법적 공세"를 가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비판했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보낸 서한에서 "오늘 이 민주적 프로젝트(카탈루냐 분리독립)의 지도자들은 반역 혐의를 받고 스페인 형법이 규정하는 가장 가혹한 형벌이자 테러범과 살인범에게 적용되는 징역 30년형에 직면해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과 동료들이 스페인 법원에서 "공정하고 독립적인 재판"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면서 카탈루냐 사태를 해결하는 데 사법적 해법이 아닌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감시를 촉구했다.
그는 "스페인 정부가 과거 (스페인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이 무장 투쟁을 하던) 테러의 시절에 '폭력을 끝내면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고 수없이 되풀이된 말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카탈루냐 독립 지지자들은 바스크와 달리 폭력을 선택한 적이 전혀 없다며 이제야 스페인 중앙정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겠다고 주장했다.
전직 자치정부 장관 4명과 함께 벨기에에 체류 중이던 푸지데몬 전 수반은 스페인으로의 송환을 결정할 법원 심리를 위해 사법당국에 자진 출두했다가 향후 재판에 출석한다는 조건 아래 이날 석방됐다.
앞서 스페인 법원은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추진한 자치정부의 전직 장관 9명을 체포해 8명은 구속하고, 거액의 보석금을 낸 1명은 석방했다.
법원은 벨기에로 피신한 푸지데몬 전 수반 일행이 소환에 응하지 않자 반역, 선동 등의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해 벨기에 정부에 이들의 신병 인도를 요구한 상태다.
카탈루냐 전 지도부에 대한 스페인 정부의 송환요구 처리 문제는 벨기에 정치권에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주말 엘리오 디 루포 전 총리와 한때 벨기에에 독립을 요구했던 플랑드르 지방 출신 얀 잠봉 등 일부 정치인들은 카탈루냐 지도부를 체포한 스페인 정부의 조치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디디에 레인더스 외교장관은 이날 벨기에 정치권에 카탈루냐 사태에 개입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사태가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데에는 스페인 중앙정부 일방의 잘못이 아닌 양측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논설을 통해 지적했다.
지난달 1일 시행된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는 카탈루냐 자치의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채 강행돼 법적으로 하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주민투표를 앞두고 푸지데몬 전 수반이 카탈루냐 독립공화국이 신속하게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를 취득할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고 스페인 중앙정부의 대응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독립선언을 한 것이 그의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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