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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입혀라…토끼간빵에 재해 이긴 호랑이·빅토리사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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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입혀라…토끼간빵에 재해 이긴 호랑이·빅토리사과까지

스토리텔링으로 판로 확대…지명·옛이야기·환경과 농산물 접합




(안동·예천·봉화=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특정 지명, 사물 등에 이야기를 입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해 농특산물 판로를 확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경북 예천군에는 용궁면(龍宮面)이 있다. 옛이야기에서 바닷속에 있다고 전하는 용왕이 사는 용궁과 한자(漢字)도 같다.

군은 용궁면이 옛이야기에 용궁을 연상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해 특산품으로 토끼간(肝)빵을 개발했다.

용왕의 병을 고치려고 육지로 나온 거북이에게 속아 용궁에 들어갔다가 살아나온 토끼 이야기를 다룬 '별주부전'에서 빵 이름을 따왔다. 실제 별주부전과 용궁면은 관계가 없으나 지역명을 이야깃거리로 만들었다.

토끼간빵은 예천서 생산한 밀, 팥, 호두 등을 재료로 해 달지 않고 고소한 맛과 식감이 좋아 관광객에게 인기를 끈다.

용궁면에 있는 예천 대표적 관광지인 회룡포 등을 돌아본 관광객은 '용왕은 먹어보지 못한 빵을 먹어보자'며 꼭 이 빵을 사 갈 정도로 인기다고 한다.

2012년 토끼간빵을 내놓은 예천군은 이듬해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하기도 했다.






자연재해로 상품가치가 떨어진 농산물을 팔아주려고 스토리텔링을 도입한 곳도 있다.

봉화에서는 사과가 나무에 달리기 시작한 지난 6월부터 4차례 우박이 쏟아졌다. 심할 때는 방울토마토만 한 우박이 내려 상당수 사과나무가 가지가 부러지거나 열매에 상처가 생겼다.

그러나 상처로 상품성이 떨어지나 농사를 포기할 수 없던 농민은 여름 내내 농사지은 뒤 '호랑이 사과'로 이름을 붙였다.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을 경북에서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한 것에 힌트를 얻었다.

봉화군이 백두대간에 있는 만큼 백두대간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 쏟아진 우박 때문에 피해를 본 다소 못생긴 사과라는 이야기를 입혔다.

그 뒤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봉화사과데이' 축제와 우박 피해 농가를 찾아 호랑이 사과를 따는 체험 행사도 열었다.

호랑이 사과 아이디어를 낸 봉화군농어업회의소는 일본 아오모리 사과처럼 봉화를 대표하는 사과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일본 사과 산지인 아오모리에 1991년 강력한 태풍이 불어 농가가 큰 피해를 봤다. 당시 농민은 '태풍에서 살아남은 아오모리 사과를 먹거나 갖고 있으면 입시에 합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입혀 '합격사과'를 만들어 냈다. 아직도 일본에서 최고 사과로 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최대 사과 산지인 안동에서는 '빅토리 2017 안동합격사과' 판매를 시작했다.

빅토리는 올해 농사 시작 전부터 수확 때까지 가뭄, 우박, 호우 등 자연재해를 이겨냈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안동에서는 지난 6월부터 집중호우와 우박이 이어지는 등 날씨 이변으로 사과 재배 면적 40%가량이 피해를 봤다. 수확을 앞둔 9월에 쏟아진 우박은 사과밭에 치명적인 손해를 입혔다.

시는 가뭄과 우박, 호우 삼중고(三重苦)를 이겨낸 빅토리 사과를 먹으면 수학능력시험, 공기업 채용시험 등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홍보한다.

9일부터 수능 전날인 오는 15일까지 시내 13개 고교 수능 수험생에게 '안동 합격사과 나눠주기 행사'도 연다.

안동시 관계자는 "수입 농산물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자연재해까지 당하면 농민은 농사 포기를 생각하는 등 절박한 상황이 된다"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입히면 소비자 눈길을 끌어 소비 증대에 도움이 되는 만큼 농산물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하는 사례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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