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건씩 총기난사…총기규제론에 트럼프는 "정신건강의 문제"(종합)
미국 총기난사 올해 300건 넘어…민주 의원들 중심으로 총기규제론 비등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에서 올해 벌써 300건 이상의 대량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총기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의 한 교회에서 무장괴한이 총기를 난사해 26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총격이 "현대 텍사스에서 최악의 참사"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일 라스베이거스에서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미 일간 보스턴글로브가 비영리단체 총기사건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309일 동안 미국에서 4명 이상이 희생된 총기 난사 사건은 모두 307건 일어났다. 거의 하루에 한 번꼴로 발생한 셈이다.
20명 이상 사망한 초대형 총기 난사 사건으로 범위를 좁혀도 지난해 6월 49명이 숨진 플로리다 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격을 포함해 지난 17개월간 3건이 발생했다.
이날 사건을 계기로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논쟁에 불을 붙이려는 시도가 잇따르는 분위기이다.
밥 케이시(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텍사스에서 총격에 영향받은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기도에 덧붙여 의회는 반드시 총기 폭력에 대해 조치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딕 더빈(일리노이) 상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총격범은 예배당에서 사람들과 아이들을 향해 총을 겨눴다"며 "미국은 총기 폭력 위기에 시달리며, 의회는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처드 블루먼솔(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지금이 상식적인 총기폭력 방지를 위한 걸음에 나설 때"라며 "의회의 공모는 끝나야 한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2011년 지역구 애리조나 주에서 정치행사 도중 괴한 총격에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개브리엘 기퍼즈 전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우리 의원들이 나라의 총기 폭력 문제에 직면할 용기를 찾기를 기도한다"며 "이것(총기 폭력)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썼다.
총기 난사 당시 기퍼즈 의원은 다행히 회복했지만, 이때 연방판사를 포함해 6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쳐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2012년 12명이 사망한 콜로라도 주 영화관 총기 난사와 같은 해 학생 20명과 교사 등 성인 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 주 초등학교 총격 사건 이후 총기규제론자들은 총기규제를 위한 새로운 연방법률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다만 콜로라도, 코네티컷, 캘리포니아 주 등이 주 정부 차원에서 총기와 탄창 구매자에 대한 이력체크를 강화하는 내용의 규제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총기규제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규제 강화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이후에도 총기 구매자 이력체크를 더욱 강화하는 총기규제 강화안이 추진됐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총기 문제가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라고 규정하며 사실상 총기규제론을 일축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도쿄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매우 매우 슬픈 사건으로 희생자들은 훌륭한 사람들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정신건강 문제를 갖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의 용의자를 가리켜 "오랜 기간 많은 문제를 갖고 있던 비정상적인 미친 사람"이라고 언급, 정신이상자의 개인적 소행일 뿐이라고 사건을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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