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당선1년 맞는 트럼프…美언론 "분노·분열·스캔들"
북핵 위기-러시아 스캔들 '포위' 속 역대 대통령 지지율 최저
亞 순방 성과 여부가 향후 리더십 바로미터 될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일(현지시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 꼭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의 '트럼프 시대'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염증에 힘입어 아무도 예상치 못한 부동산 재벌 출신 '아웃사이더'의 승리로 귀결됐던 파란만장한 대선 과정만큼이나, 나라 안팎을 불안과 충격으로 몰아넣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아침마다 날리는 그의 '폭풍 트윗'과 지지층을 겨냥한 듯한 포퓰리즘적 언행은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여기에 당선의 정통성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러시아 스캔들'과 북핵 위협 등 안팎의 파문이 잡히기는커녕 날로 커지면서 당선 1년을 맞은 트럼프 정권에 드리운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군사옵션 카드를 저울질하며 벼랑 끝에서 북한과 위험한 '말의 전쟁'을 벌여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핵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야 할 중대한 시험대에 놓였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한때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던 그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인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완전한 파괴"를 언급하는 등 제재·압박과 군사옵션 가능성을 양손에 쥐고 북한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강경 일변도의 대응은 북핵 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1주년 기간에 펼치는 아시아 순방을 통해 북핵 해법의 전기를 과연 마련할 수 있을지가 지구촌 초미의 관심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표방한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내세워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고립주의'에 기댄 각종 반(反) 이민정책과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통상압박 등으로 국제사회와 끊임없는 마찰에 휩싸였다.
이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 협박, 방위비 부담강화 압박 등으로 표면화되면서 한미 동맹에도 도전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오바마의 유산' 지우기에도 열을 올렸다. 전국민건강보험 정책인 '오바마케어'(ACA)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지 등에 이은 지난달 초 이란 핵협정 '불인증' 선언이 그 결정판이었다.
지난 8월 백악관 수석 전략가 출신의 스티브 배넌의 경질 등으로 표출된 내부 권력투쟁과 '친정'인 공화당 내에서의 잦은 충돌은 오바마케어 폐기를 비롯한 핵심 국정과제의 동력을 떨어뜨렸다. 샬러츠빌 유혈사태 대응 등으로 백인 우월주의 논란에 계속 휘말렸다.
비우호적 언론을 '가짜뉴스'로 낙인 찍어온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성과를 자평하며 대대적 감세 등에 속도를 낼 태세이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5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지난 70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치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정작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상태이다.
특히 대선 캠프 좌장이었던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의 기소 등 뮬러 특검의 칼날이 점점 숨통을 죄어오는 가운데 수사의 양 갈래인 '러시아 내통' 및 사법 방해 의혹의 향배에 따라 탄핵론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이날 "다툼을 즐기고 원한을 품는 것으로 점철된, 분노와 분열, 스캔들의 1년이었다"며 "러시아 스캔들에 둘러싸여 (대선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난하고 자신의 정통성을 변호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혹평했다.
다만 한 보수논객을 인용, "첫해에 정점을 치고 하강 곡선을 그렸던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첫해가 마치 재임 8년째 같았다. 어쩌면 끝이 시작보다 나을 수 있다"며 "지지층이 기회를 줄 수 도 있다"는 분석도 소개했다.
북핵 해법 도출이라는 당면 과제를 떠안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연의 일치'인지, 북핵 해결을 최대 목표로 제시한 아시아 순방길에서 당선 1주년을 맞는다. 또 그날 한국 국회 연설에서 북핵 메시지를 발신하다.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이번 순방에서 어떠한 성과를 내놓느냐가 트럼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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